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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ORY

도예가의 일기 #5: 튤립

어렸을 전설을 듣고 가장 좋아하게 된 꽃이 바로 튤립이다.

네덜란드로열델프트를 방문하려고 암스트라담에 갔는데 튤립의 나라, 도시답게 많은 튤립이 여기저기 있었다. 왜 나는 이 전설을 좋아했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너무 어렸을 적 일이다.

다시 찾아본 전설 이야기 다음과 같다.



옛날아주 작은 어느 나라에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에 세상의 무서움을 전혀 몰랐습니다.

 어느 날, 이 소녀에게 세 명의 젊은이들이 동시에 청혼을 하였습니다.

한 사람은 이 나라의 왕자였고, 또 한 사람든 용감한 기사,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돈이 많은 상인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소녀에게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왕자는 "만일 당신이 나와 결혼해 준다면 나의 왕관을 그대의 머리에 얹어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으며, 기사는
"나는 우리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칼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고, 부자의 아들은
"나는 내 금고 속에 가득 들어 있는 황금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소녀는 쉽게 선택을 할 수가 없었고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아요.

하지만 당신들은 세 분 모두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예요.'라고 말입니다.
소녀는 확실한 대답을 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세 젊은이는 모두가 이 아름다운 소녀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소녀는 끝내 한 마디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소녀의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세 사람은
화가 나서 저주를 내리면서 가 버렸고
혼자 애를 태우던 소녀는 시름시름 병이 들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꽃의 여신 플로라는
소녀의 넋을 아름다운 꽃 튤립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튤립은 왕관 같은 꽃송이와,
칼을 닮은 잎, 그리고 황금빛의 뿌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은 황금(재력), 칼(무기와 힘), 왕관(권력)이 모두 필요하고 사람들은 이 세가지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미술을 하다가 그만 둔 사람들은 나에게 서슴없이 이야기 한다. 자신들은 고민고민하다가 미술을 그만두고 일을 찾아서 떠났고 내가 작가로서 힘든 것은 내가 선택한 길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서 살 길을 찾아서 떠나라고 조언한다. 한국은 답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쉽사리 그들은 틀리고 나는 맞다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작가의 삶에 황금, 칼과 왕관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튤립은 이처럼 아름다운 것일까. 너무 아름다워서 역사속에서 투기까지 일어날 정도로. 하지만 이 소녀는 죽어서야 아름다운 꽃이 되고 만다.


튤립이 내게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나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 할 정도로 가장 아름답게 도전해 보려고 한다. 황금, 칼,왕관을 내게 쥐어주려고 튤립이 다가온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튤립의 꽃말처럼 사랑에 답이 있다.



Jug, Longton Hall porcelain factory, Soft-paste porcelain painted with enamels,

ca. 1754-1757 (m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