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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ORY

도예가의 일기 #3 전시의 가치

단체전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동안 전시를 무의미하게 많이만 한 것 같아서 올해는 정말 나 자신을 돌아보며 글도 쓰고 생각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다른 여러가지 여건과 한국에 다시 쉬러 오면서 자의반 타의반 전시 기획과 application 관련일을 많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시의 가치(특별히 영국에서는 개인전을 거의 안하는 문화이기때문에 2인전이나 단체전이 많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전시를 하는가. 그동안은 이런것들을 위해 전시를 했습니다.

  • 이름과 명성을 쌓기위해서
  • 이력서에 한 줄 더 넣는 스펙을 위해서
  • 더 많은 사람과 장소에 노출이 되서 다른 콜라보나 프로젝트로 연결시키기 위해
  • 작품 판매를 위해 
  • 다양한 전시 경험을 위해

일 년에 많게는 5-7개의 단체전과 art show, fair 등에 참석했습니다. 물론 박사 공부도 다~~ 풀타임으로 하면서 말이죠. 어떤 때는 정말 악순환 이었어요. 너무나 많은 전시를 하다보니 작품을 마음에 안 들게 할 때도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스스로 괜찮아 하면서 위안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No 할 수 있는 절제력이 필요한데 말이죠.
물론 영국 전시들은 다 초대전으로 이루어져서 한국처럼 일부러 대관을 하거나 돈을 내고 전시를 절대 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는 아트페어가 있다면 판매를 위한 개인 부스가 들어가는 아트, 공예 페어 뿐입니다.


요즘에 이런 생각을 부쩍합니다. 이렇게 전시를 하고, 혹은 한국 작가들은 무늬만 홍보해 주는, 갤러리라는 장소가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을 빌려 일년에 한 두번 많은 돈을 들여 '보여주기식'의 전시를 하고, 가족이나 친척들, 아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팔아 작품을 판매했다고 하는 그러한 쳇바퀴가 어떤 가치를 지닐까 하는 생각.


옛날옛날에 한국에서 단체전에 참가한 한 갤러리 관장님은 이런말을 하셨습니다. 왜 나는 가족들이나 친척들 부모님이 전시 기간동안 오셔서 작품을 안 사주시냐고. 신진작가는 원래 다 그런식으로 하는 거라면서 잠시 전시 감상 오신 부모님께 쓴소리를 하셨답니다. 그리고 같이 참여하는 다른 작가들은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저보고 관장님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미 영국에서 부모님이 한 번도 안오셔도 외국인 컬렉터가 생기고 있을 당시였고, 소위 영국 도예계 메이저 필드에서도 이름을 내고 있었는데... 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제가 대단하다는 이유가 결코 아닙니다. 저는 아직도 부족하지요. 하지만 이 사건이 한국의 상업 갤러리 시스템의 단면을 적날하게 보여주는 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제가 필드에서 어리다고 무시하고, 혹은 어려보인다고 무시하시는 분들이 비단 일반인이 아니라 작품을 판매하고 작가와 소통이 중요한 갤러리에서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 구나. 그 때 부터 저는 갤러리의 이름, 혹은 어떠 디렉터가 유명한지, 큐레이터가 유명한지 보다 정말 그 분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인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지 작가를 정말 잘 이해하고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지, 오픈 마인드인지....한 마디로 말해 여러모로 코드가 잘 맞아야 생각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같이 일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갤러리가 작아도, 신생 갤러리여도, 남들이 보기에는 듣보잡이랄지도. 함께 커나가고 상생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치있는 전시가 아닐런지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여 전히 매일매일 지구상에는 아주 많은 전시들이 기획되고 오픈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모든 전시들은 어떤 목적과 가치를 생각하면서 올라올까요. 물론 그 중에는 와~~ 할 정도로 재미있고 생각을 일으키게 하며 질문을 던지는 전시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도 감탄사를 내뿜을 정도로 큐레이션 능력을 높게 삽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단체전시들이 주제도 모호하고 아무런 목적의식이 없는채 전시를 했다는 그 자체에만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그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전시를 해야할까. 고민이 깊은 밤입니다.






도예가의 일기는 정보제공의 글이 아니라 예술가로써 고민과 일상생활을 일기형식으로 쓰는 포스팅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 읽으시는 분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나, 한 사람의 고민과 일상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봐주세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