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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ISH CERAMICS/파랑을 향하여

Blue 유럽 도자기 01_파랑을 향하여










The deeper the blue becomes, the more strongly it calls man towards the infinite, awakening in him a desire for the pure and, finally, for the supernatural... The brighter it becomes, the more it loses its sound, until it turns into silent stillness and becomes white. (Kandinsky)

중국 청화백자는 유럽에서 블루 앤 화이트 포셀린(Blue and White Porcelain)이라 불렸다. 청화라는 의미는 ‘청색의 안료로 그림을 그리다’라는 뜻이고, 여기에 백자라는 단어가 합해져, 기본적으로 순도 높은 하얀 바탕에 청색의 코발트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구워낸 도자기를 뜻하게 되었다. Blue and White Porcelain 라는 표현만 살펴보면 ‘파랗고 하얀 자기’를 뜻한다. 파란색을 뜻하는 blue가 앞에 와서 그 의미가 강조되었지만 염연히 white도 제 한몫을 한다. 동급의 관계이다. 무엇이 바탕이고 무엇이 주제가 되었는지 이름에서 결정짓지 않았다.

우연이건 우연이 아니건, 동양 미술에서 ‘여백의 미’라고 생각하던 하얀 배경은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살아있는 하나의 주제가 된다.  ‘자연에는 흰색이 없다’라고 생각한 인상주의자들은 색을 내적 음향으로 생각했다.

흰색은 때때로 무색으로 간주되곤 하지만 흰색은 빛으로부터 왔다. 칸딘스키는 ‘흰색은 물질적인 성질이나 실체로서 모든 색들이 사라진 세계의 상징과 같다. 이 세계는 우리들로부터 너무 높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서 아무런 음향도 들을 수 없다. 거기에는 커다란 침묵이 흐른다. 그것을 물질적으로 표현하면, 뛰어넘을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는, 무한으로 들어가는 차가운 장벽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과 같다.’라고 이야기 했다. (칸딘스키,1912) 죽어있지 않고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는 이 침묵은 빛의 색인 RGB의 교집합과도 같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모든 것을 합한 색인 것이다.



몽골에서는 흰색의 의미가 특별하다. 기도와 음복에 사용하는 은잔 역시 흰색을 상징하며 늘 품에 간직한다. ' 몽골인들은 흰색을 가장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어머니의 흰 젖보다 더 선한 것은 없다고 봤지요. 옛날부터 좋다고 여겨지는 많은 것들을 흰색과 관련해서 설명하고 숭배해 왔습니다. (징기스칸 대학 부총장, 르카그바슈렌, KBS 도자기)

태초로부터의 색, 무의 색, 빛의 색인 흰색과 달리 파란색은 자연으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초기 인류는 파란색을 자연에서 얻지 못했다.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색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구석기 시대 발견된 동굴벽화 어디에도 파란색은 찾아볼 수 없다.

고대 중국에서는 화학자들이 동(copper), 바륨, 납과 수은 등을 섞어서 파란색을 만들려고 애썼다. 불행하게도 이 광물들이 독성이 있기 때문에 40%의 중국 황제들은 중금속 오염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중국 황제들도 쉽사리 얻지 못했던 파란색의 열망은 계속 이어져 국가가 파란색을 control하였다. 금보다 비쌌던 청색안료와 화이트 골드라 불린 도자기는 당연히 럭셔리의 상징이었다. 한편 중국 황제들과 달리 그리스, 로마에서 파랑은 기피하는 색이었고 귀족들에게도 외면당한 색이었다.

추상회화에서는 이런 파란색이 차가움을 향한다고 한다. ‘파란색은 심화될수록 인간에게 더욱 더 무한한 것을 상기시키며 그의 내면에 순수한 것 그리고 마침내는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환기한다.’현대적으로는 심적으로 차분한 효과를 주고 집중력을 높이는 색이라고 한다. 아이들 방 인테리어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색으로 젊은 이미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흰색과 파란색의 만남. 역사적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나으며 긴 여정을 지나왔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다시 21세기의 또 다른 빛과 가능성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가운데 blue and white porcelain도 있었다. 도예가가 들려주는 청화백자 이야기.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