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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ISH CERAMICS/파랑을 향하여

Blue 유럽 도자기 03_튤립의 블루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튤립이다. 올해 기회가 되어 튤립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다. 어렸을 때 부터 좋아하던 튤립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였던 기억이 났다. 어린 나는 튤립의 전설 이야기에 무척이나 묘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보통은 그리고 그렇게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이 나는 일반적인 공주와 왕자 이야기와는 조금 달라서였을까. 그 이유는 지금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지만 간단히 소개해본다.

 

옛날에 아주 작은 어느 나라에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에 세상의 무서움을 전혀 몰랐습니다.

 어느 , 소녀에게 명의 젊은이들이 동시에 청혼을 하였습니다.

사람은 나라의 왕자였고, 사람든 용감한 기사,
그리고 사람은 돈이 많은 상인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소녀에게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왕자는 "만일 당신이 나와 결혼해 준다면 나의 왕관을 그대의 머리에 얹어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으며, 기사는 "나는 우리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칼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고, 부자의 아들은
"
나는 금고 속에 가득 들어 있는 황금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쉽게 선택을 수가 없었고 확실한 대답을 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젊은이는 모두가 아름다운 소녀와 결혼을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소녀는 끝내 마디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소녀의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화가 나서 저주를 내리면서 버렸고, 결국 혼자 애를 태우던 소녀는 병이 들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꽃의 여신 플로라는 소녀의 넋을 아름다운 튤립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튤립은 왕관 같은 꽃송이와, 칼을 닮은 , 그리고 황금빛의 뿌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 





 

튤립에는 그 꽃의 전설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역사이야기도 담겨있다. 튤립 투기, 파동 현상은 튤립 버블이라고 부르면서 17세기 네덜란드를 뜨겁게 달구었다.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이자 거품현상이라고 전해진 이 사건은 이국적인 튤립 구근에 대한 투자였다. 튤립 구근이 너무 높은 계약 가격으로 팔리다가 갑자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만 사건이었다. 구근 하나는 당시 1637년 숙련된 장인이 버는 연간 소득의 10배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튤립 한 송이에 아파트 한 채 가격이랑 맞바꾼다고 하면 감이 조금 올까.

이렇게 튤립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의 주제인 델프트 블루와 관련이 있다. 비싸고 럭셔리의 상징이었던 튤립의 독특한 화병이 바로 네덜란드 델프트(Delft)에서 만들어졌다. 그림과 같은 독특한 꽃병이 바로 그것이다. 비싼 튤립을 많이 화병에 꼽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보편적인 꽃병처럼 한꺼번에 장식하는데신 한 구멍에 하나씩 넣어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물론 델프트 청화백자가 그 멋을 더했다. 두 요소가 합쳐져서 럭셔리의 상징이 되었지만, 어느 누구에겐 꽃이 주인공이고 또 누구에겐 도자기가 주인공일 수도 있겠다.





델프트의 블루는 도자기에 담긴 파란색의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델프트 웨어는 유럽에서 ‘blue and white porcelain’의 초기 역사와 유럽인들의 열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남쪽의 작은 운하도시에 있는 델프트 도자기 공장은 지금도 박물관을 운영하며 도자기를 생산하고 있다.

조금 더 기술적인 측면에서 알아보자. 델프트 웨어는 중국의 청화백자를 모방하여 만든 도자기이다. ' 델프트 블루'라는 말은 1800년 부터 사용되었다. 처음에는 자기토가 아니라 낮은 온도의 도기에 하얀색 유약을 바른 후 파란 안료로 칠 한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조금 깨진 부분에 원래 태토의 색인 갈색빛이 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이나 한국의 청화백자는 모두 흙 자체가 하얀색을 띄는데 아직 16, 17세기의 유럽은 완벽한 자기토를 생산하지 못했다. 귀족층, 왕실의 끊임없는 청화백자에 대한 사랑이 이러한 궁여지책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덕분에 델프트 웨어라는 독특한 도자기가 발달했다. 그리고 그 명성은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초기에 만들어진 델프트 웨어 색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하얀색이 무척이나 하얗다. 우유를 마치 표면에 부어놓고 파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어떠한 부분은 파란색이 하얀색과 섞여서 그림이 뚜렷하지 않다. 위에서 흐르다가 표면으로 살짝 내려간다. 초기에는 주석(tin)을 넣은 주석유약을 이용했다. 낮은 온도에서 태토를 덮어 하얗게 만든 것이다. 물론 지금은 포셀린을 이용한 델프트가 구워지고 있다.

파란색의 역사는 튤립의 전설처럼, 황금과, 칼과, 왕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앞에서 소개한 튤립 전설처럼, 세상은 황금(재력), (무기와 힘), 왕관(권력)이 모두 필요하고 사람들은 이 세가지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역사 속의 파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을까.

 


색은 영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힘이다. Color is a power which directly influences the soul.’ (바실리 칸딘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