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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ORY

도예가의 일기 #6: 내가 예술을 하는 목적

거의 일년동안 작업다운 작업, 즉 무엇을 생산하는 작업을 하지 못했다. 거의 6개월을 적응하는데 소비했고, 글을 쓰고 리서치를 한다고 또 몇 개월을 보내고, 최근 2달 전부터는 나의 예술세계를 통째로 뒤흔든 사건들이 일어나서 작업 방향을 뿌리부터 다시 생각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계획을 철저하게 짜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정말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시간약속에 터무니 없이 늦거나 항상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들하고는 비지니스를 잘 안하려고 한다. 그래서 올 초에 세운 계획대로라면 이미 짧은 논문을 2편을 쓰고, 준비하고 있는 책의 초안도 끝냈어야 하는 타임라인인데...그런 나에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정확히는 5월 말부터 스멀스멀 본질적인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생산적인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물론 잠시뿐이지만)을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은 걱정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계속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고, 전시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지도 않은 채 마냥 계속 틀 안에서 쳇바퀴 돌 듯이 도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이러한 전시 경력, 논문 경력들이 다 teaching 관련 job을 잡을때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무의미한 전시만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다.


영국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기도했던 것들 중 첫번째는 내가 왜 도예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이다. 수년간의 기도 중에 주신 하나님의 말씀은 사명이었다. 그러나 이 사명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몰랐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과연 내가 이 사명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도예로 무엇을 표현하고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계속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술과 종교는 다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붙잡고 많은 기도를 했다. 런던 꿈이 있는 교회에서 수요예배때 이스라엘 목사님이 오셨는데 말씀과 기도 중에 깨달았다. 내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을 시각화하고 표현하는 것.


하나님의 말씀을 그럼 어떻게 시각화 할까?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많은 말씀들 중에 어떠한 것을 내가 예술로 말해야 할까. 그리고 과연 그것의 본질과 중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 3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 인생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계획대로 되리라 굳게 믿었던, 그리고 발버둥 치던 박사과정의 실패. 재정상의 문제가 가장 컸다. 결국 중간에 MPhil이라는 학위를 받고 영국 왕립 예술 대학원을 졸업했다. 영국에서는 박사과정(PhD) 바로 밑에 받을 수 있는 대단한 학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석사(MA)때와는 말도 못하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다.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은혜로 살았고 믿음으로 이겨낸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는 한국 사회에서 부르는 예술가와 전시, 예술의 가치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마치 나는 1달란트 가진 자 처럼 소중한 달란트를 가졌고 의도는 하지 않았지만 악하고 게으른 종이었다. 달란트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나의 일인데 깨어있지 못했다. 그래서 본질적인 것부터 파고들었다. 도예도 예술이니깐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냥 유명한 예술가 말고 본질을 이야기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최근에야 미술사의 사조부터 다시 공부하고,  지금 나의 철학에 근간을 준 톨스토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접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모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책. 크리스쳔으로 톨스토이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죽기 전 바로 10년동안 공들여 쓴 책이다. 미학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포스트 모더니티와 모더니티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 작은 theme과 subject는 예술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눈에 보이는 표현방법일 뿐이다.



물리학에서 빛, 차원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물리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 주변에 영국에서 물리학 박사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데 이제 만나면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수만가지나 된다.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있는 질문들과 관심들을 다룬 영화들이 내가 가진 철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예술이란?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가 받감동을 작품에 그대로 이입시켜 보는 관객들에게 전염시키는 것이 예술가가 하는 일이며 사명이다.
현대 예술은 결코 어려워서도 안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면 안된다. 예술은 아무리 사소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상류층 만의 소유물이 되면 안된다.


앞으로 나는 내 작업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아직은 고민 중이지만 리서치와 작업이 시작되면 무서우리라 만큼, 언제보다 올인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작업에 대해서 자세히 리서치하는 것은 내가 중심이 잡히고 확신을 가질 때까지  잠시 접어두었다. 중심이 서면 알아서 나에게 다가올 작업의 소 주제는 정말 다양하다.


나는 아티스트이다. 아티스트는 자신을 믿는 것을 배운 사람이다.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다^^

요새 가슴떨리는 경험을 많이 하고 내가 느낀 감동을 어서 사람들에게 감염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현재성을 담는 나의 작업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도예가의 일기는 정보제공의 글이 아니라 예술가로써, 크리스쳔 아티스트로서 고민과 일상생활을 일기형식으로 쓰는 포스팅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 읽으시는 분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나, 한 사람의 고민과 일상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봐주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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