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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17 미국레지던시

토네이도 - 미국 레지던시 이야기 9 & 10

Day 9 2017 2 28 화요일

 

오늘은 처음으로? 물레를 차보려고 했는데

드류가 어제 모건 (학생 조교) 메세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흙을 잘못만들었다고. WHATTTTTTT?!

어쩐지 조금 이상하더라니. Feldspar 안넣고 그냥 만들었다고 한다. 아침에 만들어 놓는다고 하더니 학교에 가보니 역시나 안왔다. 하핫

1시쯤 넘어서 오더니 저녁에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이보게 친구 나는 어쩌라고

그냥 내가 할까 하다가 끝까지 그냥 믿고 맡기는게 나을 같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후가 되었다.

작업도 발전시키고 글도 쓰고 드로잉, 리서치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리웠던 시간들. 여기서 나를 아는 것은 드류와 주연 언니 . 딱히 것도 없고 곳도 없다. 여행도 다니면 좋겠지만 나는 작업을 하러 것이니 작업을 하고 싶다.

이런 사색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 했던가.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들이다. 고독은 있지만 번잡함은 없다.

한국의 공사다망함을 이기고 작업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사색을 하는 여유로움은 가지되, 작업은 열심히 것이다. 치열하게 하고 목숨걸고 것이다. 이번 레지던시를 통해 작업의 터닝포인트가 되고 싶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업을 하고 싶다.

 

짹각짹각.

 

작업이 된다.

계속 아이디어 발전시키고 있는데 재미있다.

아직은 조금 여물었지만 작업이 시작되면 만들면서 생각할 수가 있다.

과정안에서의 사색은 즐거운 일이다.

 

오늘은 요가를 갔다가 집에 택시타고 가려고 했더니, 테크니션이 자기가 데려다 준다고 한다. 미안함도 있었지만 덥석 호의를 물어서 그러면 너무 고맙다고하면서 번호를 주고 받았다. 8시가 되자 테크니션 앤드류가 나를 데릴러 왔다. 알고 봤더니 오늘 새벽 6시부터 학교에 와서 일했다고. 이런;;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여기와서 많은 이들에게 미안함을 끼치는 구만.

 

나는 지금 나이면 이미 스스로 당당하게 알았는데, ‘어쩌다어른이다. 아직 마음은 10 같은데 나이만 먹었네. 나이는 계속 먹고 철은 없으니 무늬만 어른. 그래도 여전히 내가 가진 것은 없지만, 남을 돕고 다른 사람의 기쁨에 동참하는 일을 하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내가 먼저 선해져야 한다. 이름이 . . 이니 이미 반은 되었다 ㅎㅎㅎ 자기위로 ㅎㅎ





 

지금 주연언니 어머님이 미국에 잠시 오셔서 맛있는 것을 많이 해주시는데

덕분에 내가 호강한다. 따님과 사위먹으라는 것을 나까지 얻어먹다니 너무 감사하다.

일기 쓰고 있는데 낙지 소면을 해놨다고 야식으로 먹자 하신다. 내일 먹겠다고 했는데

보자마자 지금 먹어야겠다고 했다 ㅎㅎㅎㅎ 비주얼이 부산의 어느 맛집을 옮겨 놓은듯.

낙지소면이라는 것은 나는 처음들어봤는데, 별미다 별미! 골뱅이 소면만 있는지 알았구만 ㅎㅎㅎ 하오츠!








Day 10 2017 3 1 수요일 대한독립만세

 

아침에 알람소리 대신 토네이도경보때문에 깼다. 새벽 6시인데 핸드폰에서 자동적으로 울린다. 오하이오 주가 오대호랑 가까이 있어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날씨도 드라마틱하게 자주 바뀐다고 하더니 사실이다. 창문으로 보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바람도 분다.

 

아침에 스튜디오로 오자마자 드디어 물레를 차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꼬막을 밀고 물레 앞에 앉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허리가 상하지 않게 높은 의자는 내버리고 콘크리트 벽돌 2개로 의자를 대신했다. 훨씬 좋다. 페달을 밟으니 물레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

물레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돌아간다.

하다보니 속도를 조절할 있게 되었다. 학부때 워낙 물레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인지^^ 자전기 타기처럼 금방 따라 잡았다.

높이가 낮은 vessel 6 만드니 한덩이가 끝났다. 2시간 정도 지났다.

미국 애크론의 낮은 건물과 landscape 표현하기 위해서 vessel form 빌려왔다.

 

White

Emptiness

Tornado in Grey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모아온 자연의 오브젝트를 담을 예정이다.

 

이게 파이널은 아니다. 하다보면 계속 발전되다보니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할 때가 많다.

 

물레를 차고 오후는 내내 낙엽 스프리그를 만들었다. 스튜디오가 워낙 건조해서 낙엽을 만드는데 금방금방 마른다. 낙엽하나씩도 만들고 낙엽을 vessel 밑바닥에 붙이기도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금방 마르면 곤란하다. 도시락 담아왔던 수퍼마켓 비닐봉지로 꽁꽁 싸매고 4시쯤 요가를 갔다.

 

30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비가 갑자기 내린다. 소나기를 맞았다.

가까스로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요가 수업이 힘들지는 않지만 밸런스 맞추기는 힘들다. 뒤뚱뒤뚱. 요가수업에서 가장 좋은 점은 마지막에 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발라주는 라벤더인지 티트리 오일이다. 그러면서 머리나 목을 잡아당겨주시는데

너무 좋다. 일상의 행복감이 몰려오는 순간이다.

 


 

다시 작업하러 오는데 바람이 정말 심하게 분다. 날라가겠다. 다시 토네이도가 오는지 길거리에는 휴지통이 널부러져있고. 텔레비전도 쓰러져있다. 아무도 없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앞으로 나아갈 없다. 세상에나 이러다 도로시처럼 날라가는 것은 아니겠지.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니 다행히 학생들이 보인다. 추위에 다들 소프트 드링크를 들고. 미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