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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13 레지던시

레지던시 in 덴마크 - DAY 3: 나를 대표하는 도구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9시 52분 입니다. 허걱! 하는 목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어제 좀 피곤했을까 이렇게 늦잠 자기는 또 처음입니다. 영국에서도 항상 부지런하기로 유명한데 말이죠. 런던에 있었으면 아침 운동을 가는 날인데 10까지 잤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아침을 바나나와 배로 대충 때우고 스튜디오로 가니 Skælskør(스캘스카..라고 읽는 것 같습니다)의 작은 지도가 보입니다.제가 있는 곳의 명칭입니다. 근처에 local museum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길을 묻고 떠납니다. 두시간이면 충분히 왔다갔다 하겠지 하고 떠나니 오늘은 11시 부터 문을 연다 합니다. 시계도 없어서 근처의 가계 시계를 힐끗 쳐다보니 약 10분이 남았습니다. 어제 앞치마를 산 charity shop에 가서 작은 원피스를 하나 샀습니다. 45코로나 정도 합니다. 영국 파운드로는 5파운드 조금 넘는 돈입니다. 날씨가 추운줄 알고 조금 두꺼운 옷들로 가져왔는데 너무 더워서 입을 옷이 없습니다.

다시 가서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맞이해 줍니다. 유창한 영어로 설명도 해주십니다. 어제 Matt이 덴마크 사람들은 영어를 너무 잘해서 영국인인 자신히 무안할 정도라고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Skælskør Bymuseum

1559년에 세워진 빌딩에 여러시대의 local history가 뒤섞여 있습니다. 카운터 뒤로는 Grocery Shop이라고 하는데, 세계 2차 대전 즈음의 음식들, 박스, 틴 들이 진열되어 있고 당시 유행하던, 그리고 지금도 볼 수 있는 하늘색의 에나멜 도구들이 잔뜩 걸려 있습니다.

카운터 밑에 종이인형도 보입니다. 흑인과 백인이 함께 있는 것도 눈에 띄입니다.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괜히 들여다 보고 무엇일까 추측도 합니다.

Optændingsblokke 무엇인지 집에 와서 찾아보니...firelighters 라고 합니다. 난로 불쏘시개? 별걸 다 팔았네요.






스마일~~~~~



도구에 상당한 눈이 갑니다. 어제부터 '도구'에 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주걱들이 도자기에 끼워져 있는 것, 그리고 하늘색 에나멜 그릇들과 주방도구가 많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특히 어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 본 샘플들도 생각납니다. 작업 방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때문에 내가 힘든 도예가의 길을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의 모습을 도자기 접시와 캔버스에 옮겨놓은 특별한 전시도 하고 있네요.

한쪽구석에는 1960년대 쯤 발견된 구석기, 신석기...(데니쉬를 모르니 제대로 알수는 없습니다) 도구도 전시하고 있네요. 작은 마을인데 이렇게 풍부한 역사 자료가 있다니... 내가 사는 안양에도 지역 역사 박물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집에서 잠자고 있는 타파웨어 하나 기증할텐데 ㅋㅋ



1983년에 지역의 집을 그림으로 그려서 만들어진 우표도 보입니다.


갑자기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크게 판넬로 지역의 역사를 알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중세시대 1453년?(사진이 잘렸습니다 ㅜ)에 로컬 교회에서 발견한 그림 중에 하나인데 당시의 신발 만드는 사람, 옷 만드는 사람, 집 짓는 사람?( 망치 사용자?)를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께 직접 물어 보았더니 이러한 직업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들고 있는 가위가 상당히 큰 것이 인상적 입니다. 나는 어떠한 도구로 표현될 수 있을 까요? 도예가가 직업이지만 물레는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물레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도구가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직업. 이제는 스마트 폰과 컴퓨터만으로 많은 사람 직업을 나타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주부와 요리사는 COOKING POT이 중요한 도구 입니다. 지역에서 발견된 도자기 파편을 가지고 그 형태가 어떠했나 고고학적으로 풀어낸 자료도 있었습니다.








바로 항구가 앞에 있어서 그런지 어업에 관한 도구들이 2층에 아주 많았습니다.정말 흥미롭게 생긴 도구들이 어떻게 고기를 잡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튜디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근처에 castle이 있다고 해서 걸어갔습니다. 2km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고 해서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몇분 걸리냐고 했더니 10-15분 걸린다 합니다. 그래서 다녀오기로 생각하고 길을 갔습니다. 작은 지도 한장 있는데 가려고 하는 성은 그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 말을 믿고 가봅니다. 뮤지엄에서 나온지 30분은 지났는데 여전히 성은 행방물명 입니다. 길치, 방향치인 저는 갑자기 무서워 졌습니다. 세상에 덴마크 시골 동네에서 핸드폰도없고 국제 미아가 되겠구나 하고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이 길만 30분을 걷는데 지나가는 사람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주위는 모두 밭입니다.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100번쯤 하고 나니 드디어 성 같은게 보입니다. 큰 park안에 있는데, 사람들도 없습니다. 이게 뭐 유령 마을도 아니고 사람들이 이렇게 없는 곳은 처음입니다. 알고 보니 아직도 이 성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해서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합니다. 1시간을 열심히 걸어서 갔는데 주위를 둘러보고 honest shop에서 신기한 소금을 사고 다시 왔습니다. 그리고 또 한시간 걸려서 돌아 왔습니다.



스튜디오로 돌아오니 벌써 3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도구에 대한 생각을 더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우선 내일 실험적으로 만든 것들을 초벌구이를 한다고 하니 멋지게 만들지 않았어도, 테스트 용으로 쪼물딱 거린것들을 말려 놓았습니다. 

오늘 저녁과 내일 저녁은 우리 Manifold 스튜디오 멤버들이 식사를 담당하는 날입니다. 매일 저녁을 돌아가면서 하더라고요. 오늘은 Paul Scott하고 그 부인, 매니저까지 15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2시간의 준비기간 끝에 ㅜ 너무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니 사진한장 못찍었네요. 정말 대대적인? 저녁을 먹었습니다. 쿠스쿠스, 칠리소스, 레몬살사, 로스트 치킨, 로스트된 야채들과 샐러드 그리고 후식으로 업사이드 다운 케익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과일은 길거리에서 잔뜩 주워온 자두 같은 것으로 만들었지요! 정말 근사한 저녁이었는데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네요.

ㅅㅐ




내일은 아침에 바다에 나가서 수영을 하고, 오후1시에 닫는, 어제 다녀온 secondhand shop을 다시 가려 합니다. 또 어떠한 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기대되는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