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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13 레지던시

레지던시 in 덴마크- DAY 5: 누군가의 도구

오늘은 주일입니다. 교회에 가는 날인데 시골에 있으니 교회도 가기가 쉽지 않네요. 못알아듣는 데니쉬로 교회에 가서 몇시간 앉아 있느니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또 너무 안일하게 있는 것 같고. 믿음을 다시 강건하게 다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요즘 들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나의 진로가 기로에 섰을 때, 인생이 내가 원하는 데로, 생각하는데로 가지 않을때 울고, 불평하고, 현실을 인정못하고,체념하고, 또 감사하고 이러한 서클을 많이 겪고 더이상 생각해도 울음이 안나올때 즈음 되면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또 막상 다가오기 전에는 힘든 것 같습니다. 사람이 그래서 사람인가 봅니다.

레지던시 기간이 이제 중간이 넘으니 이제 firing(소성)을 걱정해야 합니다. 한번 불땔 때마다 2일은 걸리니 이제 해야 할때가 왔습니다. 그 동안에는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playing around'했다면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잠정적으로 어떻게 설치할지, 그래서 어떻게 소성을 할지. 시간이 짧으니 single firing을 할지 아니면 초벌만 할지 이런 테크닉과 관계된 것들, 그리고 어떻게 어제 사온 도구들과 연결할지, 무엇을 사러 가야할지 기타 등등 생각할 것도 많습니다.


어제 저녁을 먹는데 반대편에 앉은 Paul Scott의 와이프 분이 이런말을 합니다. 우리는 아티스트들도 당연히 프로젝트를 할때 payment, fund가 있는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보통 아티스트들이 free로 프로젝트에 임하기를 원하는 office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매달, 매주 월급을 받으면서 자신들은 돈을 받고일하는 것을 잊어먹고 예술가들에게는 봉사하듯 프로젝트 하기를 원한다고요. 사실입니다. 저도 매달 방세를 내고, 물세, 전기세 내야 하고 삼시세끼 밥을 먹어야 합니다. 전철과 버스도 타고 다녀야 합니다. 한국에서 누가 서포트 해주지도 않고, 땅을 파도 돈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스튜디오 사람들도 같이 프로젝트 할때 이제부터는 무조건 fully-funded project만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졸업한지도 오래되고 이제 저도 그렇고, 우리는  professional artists입니다. 저 자신도 내가 원하서 하는 재능기부 아닌 이상 봉사처럼 프로젝트 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 입니다. 레지던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면서 Matt이 말하길 한국에서 스튜디오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fully-funded residency 프로그램을 알아보라고요. 항상 생각은 해왔지만 한국의 사정과 인식 상 우리 9명이 모두 런던에서 갈 수 있는 비행기 값을 지원해 주고, 숙소와 스튜디오 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요? 적어도 5-6년 전에 이말을 들으면 웃을 이야기 였는데 이제는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도자기에 대해서 거의 경험해 보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우리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이 그런 기회를 통해서 한국의 문화와 전통, 현대 도자기, 예술에 대해서 경험하고 그것을 토대로 작업을 하는 경험이 생긴다면 정말 가치가 있는 일 것 입니다. 항상 일본과 중국의 도자기를 말하고 그들의 미학에 관심을 가지는 영국의 예술에 한국의 미학과 독특한 도자기가 소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항상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오늘은 스튜디오에서 막바지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가마를 떼려고 해서 아침에 막바지 작업을 하고 천천히 소성을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기물을 만들고 마르는데만 몇일이 걸리는데,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은 다 말랐고, 아주 작은 꽃들을 만들어야 해서 그러한 것들은 가끔 반쯤 말려서 가마에 넣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작은 가마를 예약하고 1250도로 single firing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가마 하나쯤 가지고 싶네요. 작은 스튜디오에 있어도 자리도 안차지 하고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가마를 시작하기 전에
Sten 아저씨께서 자신의 Wood Soda Kiln이 소성이 끝나서 이제 꺼낼 때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같이 있던 작가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가마를 함께 열었습니다. 알수 없는 생선들과 도룡뇽 같은 작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wood kiln하고 soda kiln은 본적이 있는데 wood soda kiln은 처음 봅니다. 가마가 거의 생을 다하기 일보 직전 처럼 생겼네요. 기물을 꺼내고 남은 자리에 들러 붙지 말라고 흙을 동그랗게 해서 받쳐 놓는데 그러한 마크가 생겨서 예쁜 자국을 남깁니다.








이 프로젝트의 우리팀 공식 텀블러 posting에 보면 Matt이 스탠 아저씨  Sten Lykke Madsen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스탠 아저씨께서 자신이 만든 작은 박스를 나누어 주면서 그 위에 올릴것은 내가 디자인해서 일종의 콜로보레이션 처럼 만들라고 해서 밑에 보이는 꽃을 잔뜩 만들어서 드렸습니다.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이미 구워져 나온것을 보니 작가들 올때마다 요청하시나 봅니다. 내 작업은 후에 어떻게 구워져 나올까 궁금합니다. 




Bethan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군요!

오늘의 식사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젊은 작가가 전통 음식과 노래를 준비했는데, 이름이 xx시키 라는 것만 기억나요. 욕같다고 하니 완전 웃음 바다. ㅋ 안에 감자으깬것이 들어있는 핫케익 같은데, 장난으로 굽지않은 밀가루와 사과도 넣었어요. 그걸 발견하는 사람은 행운이 온다고 하네요. 어렸을때 아버지께서 장난으로 송편에 생강을 넣으셨던 일이 생각나요. 항상 생강은 내가 발견했었지요 ㅋ





디저트로 구운 과자. Personalised 쿠키라고 위에 작가들은 의자와 bowl을 만들어서 그렇게 만들어 주고 저는 그냥 CAT이 귀엽다고 했더니 고양이 모양으로 만들어 주었네요. 지금 먹으면서 글쓰고 있어요 ㅋ


내일은 완전 큰 철물점에 가서 순간 접착제, 줄, 블루텍 등을 사러 가야 겠네요. 드로잉도 하고요. 그리고 Matt이 Smoke firing(꺼먹이 소성)을 한다고 하니 잘 봐 두었다가 화요일에 혼자 해 볼 생각입니다. 완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