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도자 디자이너 시리즈
글리테로(Glithero)
이번 호 월간도예를 통해서 소개할 글리테로 (Glithero)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 팀 심슨 (Tim Simpson)과 네덜란드 디자이너 사라 반 가메런 (Sarah van Gameren) 이 함께 세운 2인 스튜디오 그룹이다. 스튜디오라고 해서 단순히 작업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제품, 가구, 타임 베이스 설치 작업 등을 통해 다양한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리테로를 이번 영국 도자 디자이너 시리즈에서 특별히 소개하려고 하는 이유는 블루웨어(Blueware)라는 프로젝트와 깊은 연관이 있다. 세라믹을 주로 다루는 아티스트 그룹은 아니지만, 장르를 넘나드는 색다른 시도로 영국 디자인계에 많은 주목을 받은바 있다. 다양한 재료(material)에 대한 이해도와 작업에 접목하는 실험정신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글리테로가 바라보는 도자기에 대한 각도는 조금 남달랐다. 도자기 장식방법과는 달리 청사진 (cyanotypes) 프로세스를 응용해서 만들어졌다. 영국에서 채집하여 말린 식물을 감광성의 화학약품을 사용 직접 도기 (earthenware) 작품 표면에 올린다. 그러면 식물의 형태를 쉽고 아름답게 담을 수 있다. 코발트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속에서 식물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역사적으로도 도자기에서 ‘파란색’의 사용의 무게감은 이번 작품과도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된다. 다 구워진 도기에 채집한 다양한 식물을 붙여서 UV 라이트에 노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도기 표면은 깊은 페르시안 블루 색이 된다. 빛을 도자기에 담았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곳은 런던 디자인 박물관 (London Design Museum)에서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세운 스튜디오 매니폴드 (Studio Manifold)에서 글리테로의 꽃병이 거대한 몰드와 함께 스튜디오에 있는 것을 보았다. 도자기와 프로세스에 관한 컨설팅을 위해 방문한 것이다. 몰드와 꽃병을 직접 보니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제작한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영국에는 아직도 아티스트의 노동가치를 높게 사서, 에디션 작품뿐만 아니라 많은 크고 작은 공장에서 제작되는 산업 도자기도 사람의 손을 거쳐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어떤 큰 공장과 협업을 했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도 다시 한 번 작은 충격이었다.
글리테로는 많은 프로젝트가 커미션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 진행했던 ‘측정을 위해 만들어진 (Made to Measure)’, ‘짜여진 노래들(Wolven Songs)’와 같은 작업은 네덜란드의 민속 박물관(Zuiderzee Museum Enkhuizen)로부터 프로젝트 개요를 받고 진행했던 작업이었다. 유럽에서는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에서 결과가 오픈되어있는, 즉 설치, 전시, 제품, 퍼포먼스 등 프로젝트의 결과와 프로세스가 예술가의 선택에 맡겨지는, 커미션을 영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있다. 잠재력은 믿음과 함께 성장해나간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런던의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나 예술가들이 더는 하나의 장르나 재료에 집착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추세처럼 여겨왔으나, 사실 한 가지 장르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있었던 불과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영 아티스트에 의해 깨어져 왔다. 이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른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테두리 바깥의 리소스를 이용한다. 영국의 이미 많은 대학교가 재료에 따른 과(department)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면과 3D 디자인 등으로 바꾼 것만 보아도 지금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INTERVIEW
글리테로의 사라 반 가메런과 함께 한 짧은 인터뷰를 싣는다. (문맥상 의역한 점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SK. 블루웨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동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G. 블루웨어 컬렉션은 자연에 의해서 변화되는 프로덕션 프로세스에 대해 영감을 받아서 시작되었어요. 때때로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이 진부하다고 느끼는데, 반대로 저희에게는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청사진 기법을 사용하면 식물의 이미지를 직접 보고 손으로 그리지 않아도 매우 정확하게 캡처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건축가들이 설계에 들어가는 세부사항을 복사할 때 응용되면서 점점 다시 그 기술이 활기를 되찾았어요. 이러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술이 잊혀 간다는 것에 저희는 깊은 유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러한 기술을 세상에 가져오기를 원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요소를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3D 표면에도 이 청사진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3D를 다루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거든요.
실험은 1년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는 세라믹 표면에 청사진 기법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UV 라이트에 식물 표본의 프린트가 노출된 도자기 시리즈인 블루웨어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We are fascinated by production processes that are transformative by nature and we are especially intrigued when these processes have become obsolete. Take for example the technique of blueprinting. Blueprinting historically had a scientific purpose, to capture plant specimen very accurately without having to go through the effort of drawing the plant by hand. It had its revival when architects started to use the technique of blueprinting to copy detailed architectural plans. This was before the photocopier became more efficient.
We thought it’s a pity for such a precise and beautiful technique to be forgotten. We wanted to bring it back to the here and no, adding one important additional quality; that it would be possible to print on 3D surfaces. We are product designers after all.
The experimentation took us a year and as a result we invented a technique to blueprint on ceramics. This became our Blueware Collection, a series of ceramic products exposed with prints of botanical specimen by UV light.
SK. 글리테로의 작품을 보았을 때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응용된 프로세스를 작업에 많이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블루웨어, 실버웨어 컬렉션 뿐만 아니라 벤치 몰드 (Bench Mould)와 같은 가구 작품에서도 나타나있습니다.
세라믹에 관한 잠재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G. 도자기는 다양한 물질을 다루어야 하므로, 그에 대한 높은 조절과 집중이 요구됩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자기가 공예 세계의 관계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흙 슬립이 고체로 변화될 때, 촉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액체와 고체 사이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 예를 들면, 흐르는 석고 몰드, 젖은 석고가 굳어서 테이블의 남은 석고 조각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Yes, we like ceramics because of its relationship with the world of craft and the control and concentration that is required to work with this material. We love that there is a tactile and ever satisfying moment when the ceramic liquid turns solid. Running Mould, a bench scraped from wet plaster, is another good example of an obsession with the moment between liquid and solid.
SK. 제가 알기로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작업을 하나로 묶는 작업 철학이 있나요?
G. 저희는 카멜레온같이 변덕스럽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쉽게 스타일, 사용하는 재료, 테크닉을 바꾸기도 해요. 하지만 여기에는 저희의 모든 작업에 통하는 하나의 분명한 빨간 선이 있습니다. 모든 글레테로의 작품과 설치작업은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순간에서 전개됩니다. 이 순간은 끊임없이 가슴 설레고 가치 있는 순간입니다.
We are very chameleonic. We easily change style, material, technique or whatever the situation requires, but there is always a very clear red line running through the work. All Glithero products and installations evolve around the moment something from nothing, the moment of transformation when a product just starts to exist. We think this is an endlessly inspiring and valuable moment.
SK.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스튜디오를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나요? 사라와 톰 말고도 다른 인턴들이나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빌리는지도 궁금해요.
G. 저희는 스튜디오 팀을 작게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래야만 쉽게 움직일 수 있고, 저희가 가지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작업에 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리테로는 보통 1~2명의 인턴, 다른 디자이너 그리고 스튜디오의 창의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들인 팀 심슨과 제가(사라) 이끌어 나갑니다. 저희는 팀워크를 좋아하고 모두가 전문가적 조언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을 즐기죠.
저희 팀의 일상은 컴퓨터로 대부분 이루어지지만, 실험하는 공간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저희가 조금 더 성공한다면 이러한 순간들을 지키기 어렵지만, 처음에 비효율적인 것 같은 것들도 길게 보면,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것보다는 이렇게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믿습니다.
We keep our studio team relatively small so that we can easily manoeuvre and can take the projects with the most artistic value. Our team exists of one or two interns, another designer and Tim Simpson and me who give the studio creative direction. We like teamwork and enjoy the moments when everyone can give input.
Our daily routine is partly computer based but we create space to experiment and invent on a practical level. It is very difficult to guard these moments when you become more successful but we always believed they seem inefficient at first, but without them we would have ran out of ideas on the long run.
SK.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나누어주세요.
G. 빛과 가구에 관한 컬렉션을 올해 새로 론칭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든 컬렉션이 같은 테크닉에 의해 영감을 받은 제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퍼포먼스 설치작업은 조금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흙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하이테크나 로우테크나 어떤 테크닉을 사용하던지 상관하지 않고,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디자이너로서 종종 꼬리표가 붙여져 왔기 때문에 이 작업에 대해서 매우 흥미 있게 생각합니다. 저희에게는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우리가 만든 것을 이해시키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2017년에 네팔에서 론칭할 핸드 메이드 러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Our plan is to launch a new collection of light and furniture products this year. All of them will be inspired by the same technique. We are also working on a new performance installation with a more futuristic flavor. It involves the material clay. We are excited about it because we’ve often been labelled as designers who look back, but this proves we are not bothered how high tech or low tech the techniques are that we use. For us it’s much more about how understandable we can make it to our audience.
Lastly we are working on a hand knotted rug collection in Nepal at the moment to be launched in 2017.
www.sunaekim.com
월간도예 2016년 3월호에 실린 내용(편집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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