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도자 디자이너 시리즈
Vezzini & Chen 베찌니 앤 첸
글. 김선애 도예가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는 설이 본격화 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되어있다는 것은 예술계에서는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유럽 내에 어느 국가를 가도 자국민과 같게, 혹은 비슷한 조건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영국 내 물가도 점차 오르고 자국민에 대한 정부 교육 관련 기금이 줄어듦에따라 대학교에서는 유럽에서 영국보다 저렴하게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러한 엄청난 혜택이 있기에, 기회와 여건이 되는 디자이너들은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작품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디자이너는 영국을 기반을 둔 이탈리아와 대만에서 온 도자 유리 작가이다. 베찌니-앤-첸 (Vezzini & Chen)이 그 주인공이다. 런던이란 도시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재료를 구할 수 있고, 그들만이 쌓아온 유산이 깊은 스타일이 있다. 베찌니, 첸과 같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그들에게는 또 다른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영국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지 한 번 들여다보기로 한다.
베찌니와 첸은 기능성과 컨셉츄얼 한 작업의 경계에서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얼핏 보았을 때는 인테리어 소품 같지만, 그 자체로 제대로 된 설치 작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베찌니는 손으로 만드는 도자기를 만들고, 첸은 유리 블로잉을 전문으로 하는 글라스블로어 (glassblower)이다. 이들의 특별한 파트너쉽은 도자와 유리라는 두 장르를 결합할 뿐만 아니라, 물질과 스타일의 통일된 구성을 통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설치 미술로도 활용될 수 있는 시각화된 작업이다.
베찌니 앤 첸 (Vezzini & Chen) 스튜디오는 필자의 런던 작업실인 스튜디오 매니폴드에 근처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여담이지만, 런던은 도자 작업실을 구하기가 힘들다. 런던에 도예 관련 학과가 적어서 졸업생들이 이미 꾸민 작업실이 드물다. 그리고 물가가 높은 런던에서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은 하나부터 열가지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스튜디오 세팅이 더욱 반가웠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핑계로 방문했던 그들의 작업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 안에 유리를 가공하는 시설인 콜드 워크숍 (cold workshop)을 어떻게 해 놓았을지 궁금했다. 아니, 사실 콜드워크숍이 안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약 4, 5평 남짓한 자리에 작업대와 함께 유리를 자르는 기계, 광을 내는 기계, 그리고 구멍을 뚫는 기계가 있었다. 하나하나 마련한 소중한 기계들이라고 소개한다. 바로 옆에 있는 크리스티나의 공간에는 석고 원형 작업을 위한 기계 (Lathe)가 놓여져있었다. 석고 한 방울도 튀지 않게 잘 기름칠해놓은 작업 기계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에 그 순간 그 기계가 어느 외제 차 보다 더 멋져보였다.
다양한 실험 조각들 또한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무래도 조명을 다루는 작업을 하다 보니 실험을 위한 램프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도자기와 유리 실험 조각들을 하나하나 빛에 대어보며 그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보면, 독자 중에는 유리와 도자의 만남이 쉬운 결합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필자도 예전에 이러한 생각을 했었다. 유리와 도자가 단순히 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모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원형을 만들고 몰드를 만들고, 불을 이용하며, 가마를 쓴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세스 중의 공통점을 넘어서, 이들의 작업에서 다른 두 물질의 결합은 몇 가지 요소로 함께 묶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뷰 도중 미리 준비해둔 키워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필자가 생각한 ‘몇 가지 요소’란 빛, 유동성, 자연 그리고 프로세스이다. (내용상 의역 한 부분이 있습니다)
V&C:
빛: 빛은 작업의 중심적인 임무를 수행합니다. 사실 모든 사람의 삶에도 그러하죠. 빛은 도자기와 유리를 통과하여 분산되고, 물질과 요소 사이의 풍부한 상호작용을 하며, 작품을 살아나게 합니다.
Light: Light plays a central role within our work as well as in all people’s life.
Light is diffused through the ceramic and glass, creating a rich interaction between the materials and components, bringing the pieces to life.
유동성: 도자와 유리 모두의 특성입니다. 도자와 유리를 만들 때 필요한 속도감, 리듬과 함께 재료가 가지는 유동적인 특징에 대한 이해심과 존중이 필요합니다.
Fluidity: It’s the feature of both ceramic and glass when they come to our hand.
It requires speed, rhythm, and respect and understanding of its fluid nature to work with these materials.
기하학: 형태와 모양의 세계가 바로 기하학입니다. 자연은 분자 ‘씨앗’ 구조 안에서 포함된 단순한 기하학 패턴과 연관되어 있어요.
Geometry: The world of form, pattern and shapes. Nature evolves out of simple geometric patterns incorporated within the molecular ‘seed’ structure.
자연: 자연은 텍스처와 형태의 아름다운 조화이고 자연에서 얻는 창의성이 저희에게 영감을 심어줍니다. 자연은 인간의 삶과 테크놀로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에 대답을 줄 수 있는 주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어요.
Nature: A beautiful harmony of textures and forms, which continues to inspire us in the creation of our work. Nature is the primary source to answer people’s question about human’s life and technology.
과정: 저희 작업에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에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마무리 짓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Process: It’s a fundamental step in our work. It’s the way of developing new ideas and finalize them.
그들의 작품에는 빛이 있다. 빛을 반사하는 유리와 빛을 담아내어 따뜻한 색으로 표현하는 도자기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 Radiolaria’이라는 작품은 방산충이라고 불리는 해양 플랑크톤으로 정교한 미네랄을 뜻하는데, 이 작품은 보석같은 세라믹 ‘씨앗(Seeds)’이 담겨있는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그 씨앗은 빛에 의해서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베찌니의 기억, 추억과 관련이 있다. 과학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그녀는 15년 동안 자신이 직접 모은 씨앗들을 작업에 응용하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영국에서의 잠재성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V&C: UK is one of the leading country in Craft and Design nowadays. It’s an eclectic, multicultural country with several international designs shows in a year. This help us to show our work to an international market and be appreciated for our craft and design skills. Our plan is to grow as a company and as designers. To Work more internationally and extend our market to Asia.
영국은 공예와 디자인 분야를 이끄는 나라입니다. 매년 많은 국제 디자인 쇼가 열릴 정도로 다양하고 다문화적인 나라일 뿐만 아니라, 공예와 디자인을 존중해줍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업을 발전시키고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아시아로도 시장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사진
Close Up
Radiolaria
Dive In
Geo Light
Geo Light 2
Geo Vase
Hexa Tumbler
Hexa Vase (detail)
모든 사진 크레딧 – Sylvain Deleu
www.sunaekim.com
월간도예 2016년 4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혼심의 힘을 쏟았으므로 마구 퍼가지 말아주세요!
인용하실 때는 꼭 출처를 밝혀주세요^^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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