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프린트 A to Z
글쓴이: 김선애 도예가
<들어가며>
갤러리 안의 도자기가 나에게 말을 건다.
몇천 년 전의 흙의 색감을 생생하게 느낀다. 손으로 대지를 맛본다.
영국 교외에서 산책도 한다. 귀족이 사는 화려한 집도 저 멀리 보인다.
접시 속에 여인은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 동물들도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꼬리를 흔든다.
도자기 속의 이야기이다. 영국에서는 ‘전사’라는 기술로 꾸며진 도자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사는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이 다 들어가다 보니 다 같은 이미지는 아니다. 오래된 전사 기물에는 나름의 깊이가 느껴진다.
전사 이미지로 장식된 도자기를 영어로 트란스퍼 웨어 (Transferware) 혹은 프린티드 웨어(printed ware)라고 한다. 필자에게 영국의 전사 장식 도자기는 처음에는 과도하다고 느꼈다. 화려한 색감과 너무나 자세한 묘사가 하얀 도자기의 배경을 다 덮어서 정신이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솔직함이 매력으로 다가온 순간이 있었다. 윌로우 패턴 (Willow Pattern) 도자기, 그 패턴 안에 숨어있는 사랑과 비극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난 이후였다.
앞으로 월간도예에서 소개할 세라믹 프린트 시리즈는 영국 전사의 개요와 역사를 살펴보고, 실제 작업에 응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다룰 예정이다. 전사 이야기 뿐만 아니라 도자기 분야에서 ‘프린트’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다루려고 한다.
<전사의 역사>
무엇을
도자기에서 전사 轉寫 란, Transfer, Decal, printing이라고 불리며 평면의 글이나 그림을 옮기는 도자기를 장식하는 기술, 프로세스를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전사는 사용하는 색의 종류, 유약과의 관계, 사용한 흙의 종류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단색/ 다색 (Monopoly / Multiple)
상회/ 하회 (Overglaze / Underglaze)
도기/ 자기 (Creamware / Porcelain)
언제
도자기 전사 방법은 영국에서 상당 부분 발전되었지만, 1749년에서 약 5년 동안 이탈리아 도치아 공장 (Doccia Porcelain Factory)에서 하회 전사를 이용해서 포셀린에 장식한 기록이 있다. 사진 1의 티포트가 그것이다. 배경은 붓으로 다시 색칠되었고, 스텐실을 사용한 흔적도 보인다. 전사 후에는 여전히 페인터가 일일이 그림을 다시 정리해야 했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과 동물은 전사로 장식되었다. 약 50여 개의 작품 만을 초기 전사 기법을 이용해 제작했던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1]
1750년대 영국 초기 전사 발전에는 영국 동판화가 존 브룩스 (John Brooks)가 큰 이바지를 하였다. 그는 동판을 이용하여 도자기에 에나멜 전사를 하는 특허권을 신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처음 상업적 규모로 전사를 도자기 그릇에 이용한 곳은 영국 우스터 (Worcester) 공장이었다. 이곳에서는 동판을 이용한 전사를 하였는데 로버트 핸콕 (Robert Hancock)은 처음 포셀린에 전사하는 기술을 발전한 판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보우 공장(Bow factory)에서도 쓰였다.[2] 1757, 8년에 이미 보우 (Bow), 더비 (Derby), 그리고 리버풀 (Liverpool)의 여러 공장에 제작방법이 전해졌다.
영국 전사 기물은 블루 앤 화이트 웨어 (blue and white ware)가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청화백자 사랑도 있었겠지만, 영국의 하회 전사 (underglaze printing) 그릇은 기술적으로 파란색 전사만 가능했었다. 1820년대가 되어서야 크롬을 이용한 초록색이 하회 전사로 가능했다. 이러한 코발트 블루 안료를 사용한 전사는 일반적으로 스포드 공장 창립자 조사이어 스포드 (Josiah Spode)가 더욱 견고히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다.[3]
영국 도자기 마을이 있는 스태퍼드셔 지방이 산업 도자기의 중심이었다면 리버풀 (Liverpool)은 특별히 도자기 전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리버풀 지역 공장의 전사는 존 새들러 (John Sadler)와 가이 그린 (Guy Green) 두 사람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처음 도기 타일에 전사하는 기법을 발명했다고 전해 내려온다.[4] 그들 공장에는 1756년부터 델프트 타일을 만들어 전사 장식을 입혔다.[5] 1756년 배트 프린팅 (Bat Printing) 방식을 이용해 6시간 동안 1200개의 도기 타일을 장식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100명 이상의 숙련된 타일 장식 도공들이 같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양이었다.[6]
초기 델프트 웨어 타일은 목판화 (Wood Block) 기법으로 만들었고 새들러와 그린의 타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섬세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곧, 아연과 동판화로 기법을 발전시켜 세부묘사가 살아있는 타일을 만들게 된다. 대부분이 델프트 웨어 타일에 전사 하였고, 기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검은 색으로 장식하였는데 초기에는 이렇게 단색으로 전사하다가 스태퍼드셔 지방에 다색 전사 기법을 전했다.[7]
이들은 포셀린 표면 위에도 전사 이미지를 입히는데, 주로 7년 전쟁을 주제로 한 것들이었다.[8] 새들러와 그린의 주된 사업은 크림 웨어를 장식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도기에 전사한 그릇은 영국 전역을 휩쓴다. 도기 그릇에 전사하는 것은 자기 그릇에 전사로 장식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9] 당시 웨지우드에서 새들러, 그린과 파트너쉽을 맺고 도자기를 보내 장식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10] 1761년 그들에게 웨지우드 크림웨어 전사를 맡겼고 1795년까지 가이 그린과 관계를 이어갔다.[11] 그 이후에 19세기 영국은 청화 도기 그릇이 시장을 장악한다.
이후 곡선에도 효율적으로 전사할 수 있었던 배트 프린팅 (Bat printing)와 리소그래피 (Lithography), 패드 프린팅 (Pad printing, Murray Curvex)을 거쳐서 1950년대에는 실크스크린 방법이 소개되었다. 지금도 실크스크린은 유성 (solvent-based) 방식만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미 1998년 영국에서 수성 전사 방식 (water-based)을 특허 내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12]
21세기에 들어와서 현재 디지털 프린팅 기술이 발전되어 세라믹 프린터기에 전사 토너를 충전하는 식의 방법으로 도자 전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활발히 연구 중이다.
어떻게
<OVERGLAZE TRANSFER PRINTING>
영국에서 가장 처음 상회 전사는 단색으로 라인이 표현되고 그 위에 에나멜 페인팅으로 덧칠하는 방식으로 채색되었다. 첼시 포셀린 공장 (Chelsea Porcelain Factory)에서 만든 전사로 장식된 그릇 중 유일한 예가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BLOCK PRINTING>
1750년대 초기 타일은 목판화 (wood block)로 찍은 전사로 콜드 프린팅 (cold printing) 기술에 속한다. 리버풀에서 생산된 영국 델프트 타일에서 발견되기도 하며, 효과적인 엠보싱 효과도 낼 수 있어 지금도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GLUE BAT PRINTING>
일종의 젤라틴판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다. 말랑말랑한 구부릴 수 있는 판으로 이해하면 쉽다. 젤라틴판 (Glue Bat) 자체가 동물의 만들다 보니 날씨와 습도 등 많은 제약도 있었다. [13]
- 젤라틴 판을 만드려면 재료(Glue)가 되는 모든 재료를 6~8시간 동안 깨끗한 물에 담근 후 타르를 섞고 중탕하여 잘 섞이게 한다. [14]
- 풀을 넓고 얇은 그릇에 ¼ 인치 치수 높이가 되게 붓고 식힌다. 이것이 바로 얇은 Bat이 된다.
- 그림이 새겨진 동판을 준비한다.
- 끓인 린씨드 유를 동판에 문지르고 표면을 조심스럽게 닦으면 기름은 그림부분에만 스며들게 된다.
- 젤라틴 판을 동판화와 같은 크기로 자른 후 동판에 눌러 인쇄하고 뗀다. 조심스럽게 뗀 판을 기물에 붙여서 오일을 전사시킨다.
- 판을 제거하면 린씨드 유만 전사되는데, 이때 색 안료 가루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듯 안착시킨다. 색이 붙으며 이미지가 나타나게 되는 것.
LITHOGRAPHIC PRINTING
리소그래피은 물과 기름이 서로 밀어내는 자연적인 현상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진 석판화기법이다. 평판위에 오일 기반의 미디움 (해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표면에 물을 바른다. 그 위에 오일 잉크로 문지르면 그림에만 잉크가 뭍어 나오는 원리이다.
당시에는 이 프로세스에서 사용되는 티슈페이퍼 (Tissue Paper)가 상당히 얇고 압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자주 찢어지거나 아연판에 붙어버리는 등 실패율이 높았는데 1895년 영국 듀플렉스 종이 회사 Duplex에서 리소그래피에 맞는 질긴 종이를 발명해서 20세기 영국 전사 산업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다.[15]
(10월 호에 ‘전사의 역사’ 이어집니다~)
<전사 관련 용어 간단 정리 >
Printed Ware, Transferware 전사로 장식된 기물
Transfer, Decal, Printing 전사
Greenware 아직 초벌을 떼지 않은 상태의 기물
Biscuitware 초벌을 뗀 도자기, Bisqueware라고 하기도 한다.
Delftware 델프트웨어, 주석유약이 입혀진 도기
Earthenware 도기 creamware, pearlware 라고 부르기도 한다.
Whiteware 유약을 발라 2차 소성까지 마친 도자기, 장식을 아직 하지 않은 백색이 대부분이라서 화이트웨어라고 불린다.
Copper Plate 동판
Engraving 동판에 이미지를 새기는 일
Soft Soap 카리비누, 티슈페이퍼에 인쇄하거나 전사된 이미지를 기물에 붙일 때 사용한다.
Underglaze Printing 하회 전사
Overglaze Printing 상회 전사
Tissue Paper 습자지와 같은 얇은 종이로 Pottery tissue 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회 전사용 종이.
Printer 공장에서 전사 인쇄를 담당했던 사람
Transferrer 공장에서 전사지를 기물에 옮기는 일을 담당했던 사람. 주로 어린 여자아이가 대부분이었다.
Covercoat 실크 스크린된 전사 이미지 위에 얇게 펴발라 안착시키는 코팅제
<사진>
1. Tea Pot with Experimental Transfer-printing
Italy, Florence, 1742-5, Doccia porcelain Factory, Hard-paste porcelain with transfer-printed figures, hand-painted background, stencilled decoration, all in underglaze blue, Victoria and Albert Museum, 사진 김선애
2. Enamelled copper Plaque with punch party
England, London Battersea, 1753-5, Possibly engraved by Simon-Francois Ravernet, Enamelled Copper, Transfer Printed, Victoria and Albert Museum, 사진 김선애
3. Plate with Transfer-printed in Enamels, 1756-1760, Vauxhall Porcelain Factory (왼쪽)
Tin-glazed Earthenware Tile, by John Sadler and Guy Green, 1756-1757, Liverpool (왼쪽아래)
Mug with Transfer-printed in Black Enamels, by Robert Hancock, 1755-58, Worcester Porcelain Factory (가운데)
Jug, Earthenware Transfer-printed in Black, 1795, Liverpool (printed), Staffordshire (made), (오른쪽)
The Tiger and Fox, Earthenware Transfer-printed with Red enamel and painted, 1771-1775, Liverpool (printed), Wedgwood (made) (가운데 아래)
모두 Victoria and Albert Museum 소장, 사진 김선애
4. In Perspective Willow 1
Robert Dawson, 1996, Onglaze Screen-Printing Transfer on Bone China made by Royal Doulton or Wedgwood
[1] Teapot, Victoria and Albert Museum Collections, access on 29 July 2016, http://collections.vam.ac.uk/item/O71450/teapot-doccia-porcelain-factory
도치아 공장은 이탈리아 플로랑스 지방에 1735년에 설립된 포셀린 공장으로 다른 유럽 공장들과 마찬과지로 연질자기를 생산하였다. 리차드 지노리 (Richard Ginori)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최근까지 이어져 내려오다 2013년에 파산하여 구찌 그룹이 인수했다.
[2] 로버트 핸콕 (Robert Hancock, 1730-1817)은 동판화가(engraver)로 영국 최고의 동판화가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호가스의 조수로 일했던 Simon Francois Ravenet으로부터 사사받았다. 그 후에Battersea Enamel Works을 거쳐서 Worcester Porcelain Works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러한 그의 경험이 영국 전사 프로세스를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3] Spode Ceramics, Spode and Blue Printing, accessed on 27 July 2016, http://spodeceramics.com/industry/spode-blue-printing
Josiah Spode I은 처음 상업적으로 하회 청화 전사 도기 (Blue Printed Earthenware)를 생산했다. 그가 직접 발명한 방법은 아니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Ralph and John Baddeley의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믿고있다.
[4] 존 새들러와 가이스 그린이 발전시킨 프로세스는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bats’을 이용한 전사 방법이었다. 반쯤 굳어진 풀로 인해 도자기의 구부러진 윤곽을 따라서 전사를 적용시킬 수 있었다.
[5] 델프트 웨어 (delftware)는 주석 유약을 입힌 하얀색 바탕에 파란 안료로 장식한 낸 네덜란드의 도기를 뜻한다. 영국으로 넘어오면서 1550년부터 18세기 말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영국 델프트 웨어 (English Delftware), 갤러리웨어 (Galleryware) 라고 불리면서 런던, 리버풀, 브리스톨 등에서 생산되었다.
[6] Victoria and Albert Museum, 2016, Tile, accessed on 24 July 2016, http://collections.vam.ac.uk/item/O20877/tile-sadler-and-green
[7] 존 새들러와 가이스 그린이 발전시킨 프로세스는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bats’을 이용한 전사 방법이었다. 반쯤 굳어진 풀로 인해 도자기의 구부러진 윤곽을 따라서 전사를 적용시킬 수 있었다.
[10] Wedgwood Museum, 2016, John Sadler, accessed 28 July 2016, http://www.wedgwoodmuseum.org.uk/learning/discovery_packs/pack/lives-of-the-wedgwoods/chapter/john-sadler-1720-89
[11] Wedgwood Museum, 2016, John Sadler, accessed on 25 July 2016, http://www.wedgwoodmuseum.org.uk/learning/discovery_packs/pack/lives-of-the-wedgwoods/chapter/john-sadler-1720-89
[12] 전사 오일을 사용하는 방식은 화학적 냄새때문에 호흡과.건강에 해롭고 사용방법도 까다롭다. Water-based medium을 사용하면 냄새도 덜 나고 인쇄 후에 물로 깨끗히 프레임을 씻을 수 있다.
[13]Ruby Lane, Hubpages, 2016, The Invention of 18th Century Ceramic Transfer Printing, accessed on 20 July 2016, http://hubpages.com/games-hobbies/Invention-of-18th-Century-Ceramic-Transfer-Printing
bat glue는 동물의 뼈, 피부를 끓여서 만든 것으로 에일, 철갑상어 부레에서 추출한 순수 젤라틴이 아이징글라스도 첨가하여 준비한다. 천연제품이기 때문에 습도에 매우 취약하였는데 때로는 너무 단단해지고 때로는 너무 수분이 많아져서 적합하지 않아 2-3일 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끓여서 새로운 bat을 만들 수 있었다.
[14] Printed British Pottery and Porcelain, James Poulton’s acoount of Glue Bat Printing, Accessed on 20 July 2016, http://printedbritishpotteryandporcelain.com/how-was-it-made/james-poultons-account-glue-bat-printing
[15] Simmons, Jon., Ceramic Decals, A Brief History of Decals, 2016, Accessed on 18 July 2016, http://ceramicdecals.org/History_of_Decal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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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eramic Artist Sun 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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