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프린트 A to Z (4)
에칭Etching & 인그래이빙Engraving
글쓴이 김선애
세라믹 프린트 시리즈는 장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국 도자기는 어떻게 장식을 더하여 기능을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풀어냈는지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세라믹 프린트 시리즈를 읽다 보면 영국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화려한 도자기만 선호했는지 싶겠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는 브라운 배티 (Brown Betty)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차 주전자가 있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투박하고 무게도 다른 티폿과는 다르게 무겁고 흔한 꽃 장식 하나 없는, 짙은 밤색의 주전자이다. 언젠가 작업실에서 영국 도자 디자이너 이안 맥인타이어는 나에게 브라운 배티 찻주전자 예찬을 한 적이있다. 그가 썼던 글에서 인용하면,
‘브라운 배티는 순전히 합리적인 디자인으로 기능에 필요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배제했다. The Brown Betty is a purely rational design, stripped of anything superfluous to its function’[1]
그리고 이 점이 또 하나의 영국답고 전통적인 디자인이며 자신의 작업의 근간이 된다고 하였다.
이번 호에 소개할 세라믹 프린트 기법은 영국 도자기에서 ‘영국다움’과 ‘전통’을 이야기 할 때, 항상 등장하는 기법이다. 독자들에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영국다움’이 어떻게 전달되고 해석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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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의 종류 중에 인그래이빙과 에칭이라는 기법이 있다. 모두 금속판 위에 뾰족한 도구를 써서 그림을 그리는 판화의 한 방법으로 이미지가 좌우가 거울에 비친 것처럼 반전되는 특징이 있으며 금속판에 잉크를 뭍혀서 인쇄를 한다.
전사의 역사 I, II 편에서도 소개가 되었듯, 전통 도자기 전사는 인그래이빙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 인그래이빙은 인그래이버 (engraver)가 직접 바늘을 이용해서 금속표면에 정확하게 그림을 그린 후 인쇄하는 기법이다. 에칭은 그림을 그린 후, 산성 용액(acid)에 담가 더 라인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산에 의해 부식된 이미지는 조금 더 둔탁해지므로, 일반적으로 인그래이빙이 에칭 기법을 사용한 판화보다 더 섬세히 표현할 수 있다.
인그래이빙은 상당히 복잡한 기법이기 때문에 더는 선호하는 과정은 아니다. 스튜디오 포터리 (Studio Pottery)라고 불리는 소규모 도예가 작업실에서 생산되는 작품을 만들 때는 실크 스크린 기법을 이용한 전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하다. 하지만, 에칭이나 인그래이빙을 이용하여 컨템프러리 아트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전사 효과를 내고자 할 때 응용할 수 있다.
에칭 기법으로 응용할 수 있는 도자 전사 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에칭의 기본 순서를 사진과 간단한 설명으로 알아보자.
1) 금속판 (동판 혹은 아연판)에 남아있는 기름기를 닦는다. (De-greasing)
2) 열판에 올려서 금속판에 남은 물기를 모두 제거한다.
3) 그라운드(Ground)를 롤러로 판에 넓게 펴 바른다.
4) 금속판을 공중에 매달에 놓고 밀랍 (Bees wax) 초를 피워서 나온 그을음으로 모든 표면을 덮는다. 그을음이 표면을 검게 만들어 드로잉할 때 선을 보일 수 있게 한다.
5) 판 위에 얇은 종이를 대고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직접 뾰족한 도구로 그림을 그린다.
6) 산성 용액에 넣고 부식시킨다.
7) 산성 성분을 닦아내어 남아있는 기포나 찌거기를 모두 제거한다.
8)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9) 솔벤트 용액 (Solvent)을 이용하여 그라운드를 제거한다.
10) 알코올(Methylated Spirits)을 이용하여 닦는다.
11) 잉크를 열 판에 놓고 잘 펴 바른 후 롤러를 이용하여 아연 판에 골고루 묻힌다.
12) 인쇄할 종이는 미리 스프레이로 물을 잘 머금게 펴서 준비한다.
13) 망사로 된 거친 천 (Tarlatan)을 사용하여 여러 번 닦아서 부식된 선에만 잉크를 남게 한다. 신문지로 부드럽게 더 닦는다.
14) 판을 프레스기에 넣고 찍는다.
15) 인쇄된 종이를 구겨지지 않게 펴서 잘 말린다.
16) 다시 잉크를 묻혀서 인쇄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서 도자기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모두 도자기 안료 잉크를 사용하여 표면에 전사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스튜디오에서 해보았던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티슈페이퍼를 이용한 하회 전사 (1)
도자기 티슈페이퍼 ( Tissue Paper, Potter’s Tissue)을 이용해서 하회 전사를 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하회 안료(underglaze colour) 혹은 스테인과 전사 오일 (fat oil) 을 섞어서 잉크를 만든다. 오일은 그 종류에 따라 실온에서 딱딱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가능하면 열판에 놓고 잉크를 조금씩 녹여서 펴 바른다.
티슈페이퍼에 인쇄된 이미지를 흙이 아직 촉촉한 상태였을 때나 조금 말랐을 때 흙 표면에 눌러서 찍으면 이미지가 전사된다.
2. 티슈페이퍼를 이용한 하회 전사 (2)
전사 오일을 사용해서 인쇄한 티슈페이퍼를 가지고 초벌 그릇에 전사하는 방법이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전사에 사용해왔던 방법이다. 카리 비누와 물을 이용해 전사한 후 가마에서 낮은 온도에서 소성하여 오일 성분을 다 날려보낸다. 시유 후, 높은 온도에서 재벌 한다.
3. 전사 용지를 이용한 상회 전사
프레스기에서 바로 일반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전사 종이를 넣고 찍는 방법이다. 전사 종이 특유의 매끄러운 면 때문에 잉크가 깊이 스며들지는 않으나,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필자는 전사 종이가 물을 머금으면 끈적이게 되기 때문에 물을 뿌리지 않고 바로 에나멜 안료를 섞어서 인쇄하였다. 잉크가 마르면 위에 커버 코트(cover coat)를 바르고 다시 1~2일을 말려서 전사 용지를 만든다.
<패턴북 Pattern Book 이야기 >
패턴북 (Pattern Book)이란, 도자기 공장에서 디자이너들이 생산되는 도자기의 형태 디자인과 표면 장식에 대한 세세한 기록을 엮어놓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앞의 설명과 같이 공장 안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된 도자기를 판매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카탈로그 같은 형태이다.
패턴 북에는 패턴 번호, 색상, 장식 가이드라인 등이 적혀있는데 지금은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지만, 손으로 그려진 것이 대부분이다. 원본이 있고, 그것을 각 부서에 보낼 여러 개의 같은 복사본이 존재한다. 필자도 문을 닫은 영국 스포드 공장에서 버려진 패턴북 복사본을 찾은 적이 있다. 영국 공장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패턴북은 책으로 만들어져서 지금도 판매하고 있는 돈 포터리 (Don Pottery, 1803-4), 리즈 포터리 (Leeds Pottery, Drawing Books, 12 volumes, 1778-1819)의 패턴북이 있다. 온라인 아카이브로 저장되어 전 세계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한 케이스로는 록킹험 공장의 (Rockingham) 패턴 북 등이 있다.
<사진>
4-1 인그래이빙으로 제작된 동판, 도구와 인쇄물, Coalport China Museum
4-2 인그래이빙으로 제작된 티슈페이퍼 꽃 전사지, Coalport China Museum
4-3 전사 열판과 도구들, Coalport China Museum
4 ~ 12까지는 에칭 기법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4-4 아연판 디그리징 (Degreasing) 과정
4-5 비즈왁스를 이용하여 아연판에 그을음이 생기게 함
4-6 드로잉
4-7 산성용액에 넣고 부식시키기
4-8 깨끗하게 닦아내기
4-9 잉크 스며들게 하기
4-10 프레스기에 넣고 인쇄하기
4-11 일반 종이에 인쇄
4-12 도자기 전사지에 인쇄
모든 사진 김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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