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김선애
<하회 전사 Hot Press Printing - Underglaze Print >
(9월호에 이어서)
19세기부터 영국에서 많은 사람의 국민 아이템이라서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할머니 댁 부엌에서 한 번씩은 보았음 직한 도자기가 있다. 청화백자(Blue and White Porcelain)이라고 통용되는 영국 전통 도자기이다.
하회 전사로 만들어진 이러한 청화 그릇이 영국에서 폭넓게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저렴했던 가격에도 있었지만, 상회 전사로 장식된 기물보다 훨씬 더 중국 청화백자와 비슷한 느낌을 지녔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유약 밑에 자리 잡은 진한 코발트의 진한 그림이 마치 중국 청화를 연상시켰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그림의 주제가 있었지만, 그림의 느낌은 21세기를 사는 사람이 보기에는 퓨전이다. 동서양의 스타일이 함께 담겨 중국의 붓 터치와 유럽의 페인팅 감성이 섞여 있다. [1]
열전사 방법은 본래 상회 전사에 먼저 사용되었다. 하회 전사가 대부분 열전사로 분류되는 이유는 제조과정에서 달궈진 뜨거운 동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진 4)
하회 전사 잉크는 오일과 가루를 이용해 색을 섞기 때문에 상온에서는 잘 굳어지는 잉크에 열을 가해 동판에 더 잘 스며들게 만드는 원리이다.
코발트를 이용한 청화 하회 전사 (Underglaze Blue)는 1757년경 우스터 자기 공장 (Worcester Porcelain Factory)에서 코발트 가루를 효율적으로 안정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전에는 코발트의 특성으로 유약을 만나서 재벌에 들어갔을 때 이미지가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2]
동판을 이용한 하회 전사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자. 크게 시기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평평한 동판을 사용하여 전사하는 방법, 실린더 롤러를 사용하는 기술 그리고Murray Curvex 기계를 사용하는 전사로 분류된다.
1. 평평한 동판을 사용하는 방법
Stage 1 동판 준비
가장 먼저 필요한 작업은 동판 표면에 디자인을 새기는 일이다. 뾰족한 도구 (Burin)로 동판을 산화시켜 자국을 깊게 만드는 일도 동반된다.
Stage 2 티슈페이퍼에 동판 이미지 인쇄하기
열판에 이미지가 새겨진 동판을 올려놓고 잉크를 섞어서 그림 속에 스며들게 한다. 이때, 열 때문에 오일이 섞인 코발트 등의 잉크가 잘 흐르게 되어 판에 골고루 스며들게 할 수 있다. 잉크를 동판 전체에 넓게 펴 바른 후 잘 닦아서 그림에만 잉크가 스며들게 한다. 젖은 티슈페이퍼를 동판 위에 놓고 프레스기로 찍어서 인쇄한다.
Stage 3 기물에 이미지 전사하기
인쇄된 티슈페이퍼를 조심스럽게 동판에서 떼 기물의 디자인에 맞게 자른다. 인쇄된 쪽이 기물 표면 쪽으로 향하게 놓고, 카리 비누와 물을 이용해서 두드려서 이미지를 기물에 안착시킨다. 이미지가 전사되면 티슈페이퍼를 제거해준다.
Stage 4 시유와 소성
이미지는 오일을 섞어서 만든 잉크로 전사했기 때문에 1000도 정도에서 한 번 더 소성한 후 시유한다. 재벌 온도에서 다시 한 번 더 소성하면 완성.
2. 실린더 모양의 롤러를 사용하는 방법
1830년대부터 평평한 동판(copperplate)은 점차 ‘롤러 프린팅(roller-printing)’으로 대체되었다. 패턴이 새겨진 실린더 모양의 동판에 티슈페이퍼를 넣고 돌려서 인쇄하면 계속 이미지가 찍혀 나오는 원리이다. 그래서 다른 방법보다는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1920년대부터는 동판 롤러가 크롬으로 대체되어서 사용되고 있다. [3] 지금도 영국의 벌리(Burleigh) 공장에 가면 실린더 롤러에서 나오는 패턴으로 하회 전사를 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월간도예 2014년 10월호 참고)
3. Murray Curvex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
Murray Curvex는 20세기 중반에 개발된 실리콘 고무로 만들어진 반 구의 모양의 고무가 달린 기계로 이 방법을 쓰는 전사를 Bombing Print라고도 부른다.
이전 과정에서 티슈페이퍼가 동판의 패턴을 인쇄하는 매개체라고 한다면
이 기계는 실리콘 고무가 대신 패턴을 그대로 옮겨와서 기물에 전사하는 방식이다. 인쇄한 종이를 일일이 손으로 붙여서 전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간편한 방법이다.
패턴이 새겨진 동판에 실리콘 구(Bomb)이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와 스탬프처럼 찍어서 초벌된 기물 위에 바로 이미지를 전사시킨다. 실리콘 고무의 특성상 기물에 약간의 곡선이 있는 접시 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도 기물 뒤에 백 스탬프를 찍기 위해 미니Murray Curvex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 스포드 공장(Spode Factory, 현 포트메리온 공장)에서는 1954년 이후로 스포드 청화 패턴을 만들때 아직까지 사용한다.[4] 사진 10 의 접시가 바로 이 기법을 가지고1995-57년 경 스포드 공장에서 제작된 접시이다. [5]
하회 전사는 단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술의 한계로 오랫동안 코발트를 사용하는 파란색만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색 하회 전사 (Underglaze Printing in Multiple Colours)는 런던 복스홀 공장 (Vauxhall Factory)에서 1790년경 처음 만들어졌으나 그다지 유행했던 기법은 아니었다. 1830년대에 들어와 2색을 사용하는 기법이 개발되었는데, 보통은 가운데 이미지와 끝 장식이 다른 색으로 장식되었다. 1840년 중반까지는 파랑, 초록, 검은색이 주로 다색 판화에 사용되다가
1850년대에 들어서 완전한 다색 판화로 발전하게 된다.[6]
이후 동판화 전사는 실크스크린, 석판인쇄 기법 등을 거쳐 지금은 디지털 전사 방식이 도자기에 장식에 많이 도입되고 있다.
< 윌로우 패턴 (Willow Pattern) 이야기>
Two birds
flying high,
A Chinese vessel, sailing by.
A bridge with three men, sometimes four,
A willow tree, hanging o'er.
A Chinese temple, there it stands,
Built upon the river sands.
An apple tree, with apples on,
A crooked fence to end my song.
윌로우 패턴 (Willow Pattern)은 18세기부터 유행했던 중국풍 접시로 1780년 민튼 (Minton)에서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지금은 가장 영국다운 도자기 패턴으로 인식되어 디자이너, 예술가에 의해 재해석되는 영국의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이 윌로우 패턴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접시로 오해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유럽 전역에 유행했던 시누아즈리 스타일을 따라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누아즈리 (Chinoiserie)는 프랑스어로 ‘A Notion of China’라는 뜻으로 19세기 말부터 쓰인 단어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역사학자들이 ‘중국에 대한 시각적 판타지’ 라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시누아즈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중국에서 직접 수입한 정통 도자기의 스타일을 뜻하고, 두 번째가 바로 윌로우 패턴에 해당하는 것인데 중국풍을 따라 유럽에서 새롭게 만든 스타일을 말한다.
윌로우 패턴이 유행한 이유는 아마도 그 속에 숨겨있는 슬픈 사랑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굵게 표시된 부분은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옛날 옛적 중국에 아름다운 딸 ‘공시’와 아버지 ‘만다린’이 있었다. 아버지는 ‘장’이라는 하인을 두었는데 그는 딸 공시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하인과 딸과의 계급차이때문에 그들의 사랑을 반대하였다. 장은 공시가 머무는 집 정원의 담장을 부수고 정원과 물가를 거닐며 사랑을 속삭였다. 하지만, 공시는
곧 귀족 장군과 정략 결혼하게 될 처지였다. ‘타진’이라는 이 장군은 약혼의 증표로 귀한 보석 선물을 들고 공시의 집으로 왔다. 큰 만찬이 있은 후, 공시는 하인의 옷을 빌려 입고 장과 함께 도망쳤다. 귀족 장군과 다른 하객들은 모두 술에 취해서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몰랐지만 공시의 아버지는 강을 건너가는 그들을 보고 다리까지 가서 그들을 쫓았지만 잡지 못했다.
어느 날, 만다린의 정탐꾼들이 강 주변의 집에 장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버지의 병사들은 그 집을 습격하였다. 그러자 장은 급류에 뛰어들었고 공시는 그가 그만 물에 떠내려가서 익사한 줄로만 알았다. 며칠 후에 병사들이 다시 그 집을 수색하였을 때, 공시의 하녀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장이 방문에 배를 대어 공시를 안전하게 데려갔다고 했다. 장은 다행히 살아있었고 그들은 멀리 떨어진 섬에 정착했다. 수년 후에 장은 그의 문장력으로 유명해졌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 만다린은 병사들을 보내어 그를 죽여버렸다. 슬픔에 잠긴 공시는 집에 불을 지르고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죽었고 그들의 사랑에 감명받은 신이 그 두 사람을 비둘기로 만들어 하늘에서 영원히 살게 하였다.[7]
여기서 가장 큰 반전은 이렇게 비극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모두 허구라는 것이다. 중국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각색한 것 같지만, 이는 모두 영국인들의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윌로우 패턴은 생산한 공장마다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을 띄고 있지만 지금까지 영국에서 생산되는 국민 아이템이다. 많은 현대 도예가, 예술가들이 윌로우 패턴을 사용하여 작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1] 스포드 공장의 초창기 청화 디자인을 살펴보면 인디안 스포츠, 윌로우 패턴, 성, 타워 패턴, 중국 음악가 패턴 등이 나타나는데,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동서양의 조우가 느껴지는 그림을 볼 수 있다.
[2] 이러한 도자기들은 B급(Factory Seconds)으로 분류되어 낮은 가격에 판매되었다. 이미지가 살짝 녹아서 흘러내리기 직전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일부러 그런 특징을 개발하여 ‘Flow Blue’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도자기도 있다. 1820년대 스태퍼드셔에서 만들어져서 대부분 미국에서 판매되었다.
Flow Blue China, Collectors Weekly, 2016, Visited 31 Aug 2016, http://www.collectorsweekly.com/china-and-dinnerware/flow-blue
[3] Underglaze Transfer-printing: Rolle-printing, Ceramics Study Room, Ceramics Study Galleries, Victoria and Albert Museum.
[4] History of the Factory, The Spode Society, 2016, Visited 10 August 2016, http://www.spode-society.co.uk/spode-factory4.html
[5] Plate, Victoria and Albert Museum Collection, Visited 15 August 2016, http://collections.vam.ac.uk/item/O251550/plate-holdway-harold/
[6] Underglazing printing in Multiple Colours, Printed British Porcelain: A Remarkable Story 1750 ~ 1900, 2016, Visitied 12 August 2016, http://printedbritishpotteryandporcelain.com/what-did-they-make/print-types/underglaze/printing-in-multiple-colors
스포드 공장에서는 파란색 이외에 처음 크롬 초록색이 약 1822년에 사용되었고, 1830년대 초기에 갈색이 대중화되었다. 분홍, 회색(Payne’s Grey), 암갈색 등이 단색 전사 기물에서 많이 보인다.
[7] Birks, S.,The Willow Pattern Story, The Potteries, 2016, Visited 9 August 2016, http://www.thepotteries.org/patterns/willo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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