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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17 미국레지던시

레지던시 에세이: THE COLOUR OF AKRON

레지던시 에세이: THE  COLOUR OF AKRON 

(월간도예 2017년 7월호)



 

지난 2월부터 4 말까지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작은 도시 애크 Akron 있는 주립대학교에서 방문 교수이자 레지던시 아티스트 (Long-term Visiting Artist) 초대 받았다. 도예과에서 학교 스튜디오 공간을 제공하고 작업을 있게 하는 레지던시 시스템으로, 마음껏 학교 내의 가마 사용과 모든 재료를 허가받았다. 숙소는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았지만, 나를 초청한 드류 이폴리티 교수님 집에서 머물 있는 감사한 혜택도 주어졌다.[1] 그리고 레지던시가 끝날 즈음에 작품 전시회와 워크숍, 강의 등의 조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가 과거에 참여했던 레지던시는 주로 영국과 유럽에서 경험한 프로젝트 스타일로 뚜렷한 개요 (Brief) 없이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여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더욱이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던 지라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월간도예에서는 레지던시 에세이는 짧은 레지던시 기간에 어떻게 아이디어, 작업을 발전시키고 결과물을 만들었는 가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BRIEF  개요

키워드 = COLOUR

 

앞서 언급한 대로, 학교 측에서 원하는 프로젝트의 주제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레지던시의 가장 커다란 키워드를 으로 정했다. 처음 방문하는 , 새로운 문화와의 조우를 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여기서 빛의 주파수나 파장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색상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경험하고 이해한 환경, 느낌 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것이었다. 최근에 빛과 연결하여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기도 해서 주제로 적합하다고 느꼈다. 키워드가 정해졌으니 작업에 어떻게 적용해 볼지가 그다음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알맞는 연구 프로그램, 방법론, 타임라인 등을 생각해서 작업에 임했다.

 

 

RESEARCH 리서치

나는 개인적으로 작업에 대한 연구를 상당히 오래 하는 편이다. 적게는 달부터 길게는 년에 걸쳐서 하는데, 이번 레지던시는 단기간의 방문 아티스트 자격이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흙을 만지기 전에 리서치를 단기간에 끝내고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집중적인 프로젝트였다. 2주간을 연구 기간으로 삼고 작업하는 동안 병행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리서치 기간동안 작업을 향해 어느 방향으로 다가가서 색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일반적으로 도자기 안에서 색이라고 하면, 표면에 입혀지는 그림의 색감, 유약의 등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품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아우라, 형태, 표면, 공간의 모든 색을 탐구해보고자 하였다.

 

METHODS 리서치, 작업 방법

드로잉

나의 리서치 중에 빼놓을 없는 연구 방법 중에 하나가 드로잉이다.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드로잉을 하면서 작업이 발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품 완성도에 비교하여 뒤떨어지지 않는 드로잉을 하려고 한다. 드로잉을 하다 보면 작품의 형태가 결정지어지는 시간이 오는데, 생각과 생각이 모여서 집중되는 아이디어가 시각적인 결과로 나타내어지는 순간이다.

 

 

만들면서 생각하기 THINKING-THROUGH-MAKING

앞서 2주간 집중해서 리서치를 끝내야 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그것은 리서치의 부분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리서치는 사실 흙을 만지지 않은 시작 단계 전부터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끝까지 전체이다. 영어로는 Practice-led Research 라고 하는데, 흙을 만지거나 만지지 않거나 작업을 하는 모든 과정이 연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만들면서 생각하기 (Thinking-Through-Making) 방법을 사용하였다.[2]

 

 

 

PROCESS 프로세스

미국 도예를 간단히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내가 미국 밖에서 느끼고 바라보았던 미국 도예의 특징 하나는 물레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포터 (potter)들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것이었다. 짧게 경험한 문화이지만 물레를 이용한 작업을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공기가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유럽에서는 역사적으로 산업 도자기가 발달하여 관련된 스튜디오 도예도 발달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래서 물레를 이용한 작업을 일부러 보고자 마음먹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물레를 이용한 작업을 많이 했지만, 막상 도예가가 되고 이후에는 스스로 관심있게 바라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런던이나 한국의 개인 작업실에 물레가 없었고, 물레를 사용해야만 하는프로젝트가 없었다. 그래서 창작의 자유로움이 100% 주어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12 만에 물레로 작업하는 경험이 되었는데 또한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가지고 안주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철학도 있었다. 

 

사실 나는 프로세스 집착하는 작가는 아니다. 때로는 과정이 결과로 이어지는 공정 위주 (Process-driven)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주제에 따라 다양한 도자 성형 기법을 이용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계속 내가 모르는 새로운 기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도예가들이 서로 어떤 작업 하느냐고 물어볼 , 주로  저는 물레 해요.’ 혹은 저는 석고 해요.’ 라는 식의 대답을 예상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예술가 정체성을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테크닉으로대답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기술이 중요한 그것이 나를 소개하는 번째 단어와 철학이 있는지 없다. 나도 아이텐티티를 어떻게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소개 있을까 학창시절부터 고민한 같다. 계속 남에게 소개하는 방법은 바뀌어 왔지만 지금의 나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스토리 텔링하는 도예가 (A creative thinker and storyteller using ceramics) 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CONTENT: THE COLOUR OF AKRON  내용

 

내가 경험한 2017년의 애크론의 일상을 가지 단어로 표현하고 단어에 반응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가지 단어와 색은 이러하다.

 

 

비어있음 + 낮음

블루 그레이/ 화이트/ 라이트 그린

 

 

내가 미국에 처음 도착했던 오하이오의 2월의 날씨는 드라마틱했다. 그야말로 겨울. 더욱이 3 내내 눈이 오는 추운 겨울이 지속하였다. 오대호가 근접해 있어서 날씨가 항상 변화무쌍하다는 현지인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영국 유학 시절부터 항상 햇살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적응을 잘하게 되었지만, 끊임없이 햇볕을 찾아다닌다. 이러한 날씨에 대한 소소한 경험과 색은 추후 작업의 소재가 되었다.

 

애크런은 시골은 아니었지만 차가 없으면 다니기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자유롭지 못했다. 작업실에 때면 교수님과 함께 출퇴근하거나 때때로 우버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집에 오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종일 작업하다가 가끔 30 거리의 요가 스튜디오에 걸어갔는데, 그럴 때면 거리의 사람은 오직 혼자였다. 도시가 사람은 보이지 않고 차와 집만이 존재하는 같았다.

 

미국의 풍경은 낯설었다. 주로 낮고 넓게 디자인된 집들 때문에 하늘이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은 화창하게 파랗다가 금세 회색으로 변해버리는 하늘. 하루는 운동하고 돌아오는 도중, 토네이도가 몰려온다고 경고음이 울렸다.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거센 바람으로 거의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때의 하늘 색상을 잊지 못한다.

 

애크론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 커야호가 계곡 (Cuyahoga Falls)라는 국립 공원 안의 계곡 산책로이다. 그곳은 길게 클리블랜드 (Cleveland)까지 길이 이어져서 시간이고 걸을 수도 있고, 가족끼리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았다. 일주일에 번씩은 산책하러 갔는데, 겨울과 봄의 계곡 모습을 있었다. 캐나다 거위와 오리는 항상 있었고, 민물 거북이 몇백 마리가 계곡을 따라 일광욕하고 있는 모습, 수달이 유유자적 헤엄치고 사슴이 때로 앞길을 막았다.

 

커야호가 계곡의 겨울은 온통 하얀색이었는데 봄이 되자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솟아 나왔다. 때마다 자연이 남겨둔 잎사귀와 돌멩이 기념품을 하나씩 들고 왔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스프리그 몰드 (Sprig Moulds) 만들어서 작업에 응용했다.

 

애크런 생활은 북적북적한 사람들과 소통보다는 자연과의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시간이었다. 소도시의 정겨움, 조용하다 못해 비어있음, 그리고 내가 직접 느끼고 체험한 색을 그대로 도자기로 어떻게 옮겨 담을까 많은 생각에 설렜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가지고 있는 낮은 건물들에 대한 인상 그대로 물레를 이용한 실린더 형태로 표현하였다. 기능적인 형태를 만든 이유는 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것이 아닌 기능이 가진 친숙함(familiarity)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낮은 실린더 위에 뚜껑을 만들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뚜껑 안쪽이나 실린더 본체 안에 애크런의 다양한 모습들을 숨겨놓는표현을 하였다. 비어보이지만 비어있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고 모든 작업의 베이스 색상은 무광의 화이트 유약을 사용하였다. 애크런의 메마른 하얀색과 계절의 변화를 파란색과 밝은 초록색을 함께 써서 완성하였다.

 

 

RESULT 전시

일주일 동안 학교 내에 있는 갤러리에서 결과 전시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 작업대를 놓고 위에 작업을 올려놓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다른 대체 공간을 찾곤 한다. 갤러리 공간보다는, 갤러리로 올라가는 통로에 벽이 있어 그곳에 일자로 올려두고 싶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학교에서 거절했다. 흙으로 만들어진 오브젝트만이 작업이 아니라 공간과 빛이 적재적소에 함께 어울려져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공간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한국에서 작업을 조금 보강하여 대중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야겠다.

 

 

마치며

 

대학교 내에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경우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 방문 교수님의 강의, 워크숍 등을 자유롭게 들을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방문했었던 시기에는 미국 도예가 앤디 (Andy Shaw), 로렌 마브리 (Lauren Mabry) 초대되어 프레젠테이션과 워크숍을 하였다. 또한, 코일링 기법을 응용한 3D 프린팅 기술을 배울 기회도 있었다.

 

4 중순에는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미시간 주의 크랜브룩 대학교(Cranbrook Academy of Art ) 졸업 전시회도 다녀왔다. 사실 영국 왕립 예술 대학원 석사 시절 바로 학년 위에  마리 Marie Hermann라는 덴마크에서 학생이 있었는데, 졸업 후에 같은 동문이었던 도예가 안더스와 Anders Ruhwald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친구였다. 안더스는 이후에 크랜브룩 대학교 도예과 학장으로 지냈는데 이번에 은퇴를 하고 풀타임 아티스트로 전향한다고 해서 9년동안의 교육자로서 사임을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도 그들을 오랫동안 못봐온 지라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무척이나 궁금했던 차였다. 다시 오랜만에 만나고 금방 헤어지는 자리였지만,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졸업생들과 교류하면서 이야기하니 현지 도예가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 일하면서 살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있었다.

 

 

 





<사진>

1.     애크론 대학교 도예과 실기실 모습 1

2.     애크론 대학교 도예과 실기실 모습 2

3.     레지던시 기간 동안 작업공간

4.     레지던시 동안 만든 작품 전시 사진 1

5.     레지던시 동안 만든 작품 전시 사진 2

6.     레지던시 동안 만든 작품 전시 사진 3

7.     워크숍 진행 사진

8.     도자기 3D 프린팅 기계

9.     다양한 유약 실험

10.  아티스트 토크 사진

11.  드류 이폴리티 교수님과 필자

 

 

 



[1] 드류 이폴리티 (Drew Ippoliti) 도예가는 미국 크랜브룩 대학교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중국에서 4-5 동안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도예가이다.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대만, 캐나다에서 레지던시 강의, 작업 활동을 해오다 최근에는 애크론 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2] 만들면서 생각하기 (Thinking-Through-Making) 디자인 리서치의 방법으로 리서치 방법, 프로세스, 재료, 결과를 모두 진행하는 동안 생각하기 단계마다 발생하는 결정의 과정(decision-making)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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