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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샤론과 행복했던 나날들

저에게는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저의 영원한 친구이자 딸인 김샤론. 이름은 김샤론인데 별명은 도야지, 비상식량(아빠가 부르는 별명), 감샤론(감을 좋아해서), 쌰론 등 다양합니다. 18년 동안 세상에 살았고 3년전 2011년 9월 10일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파서 죽으려고 했을 때 동물 병원 원장님 부터 엄마 아빠는 안락사 시키자고 하였습니다. 저는 살아있는 생명을 절대 '나의 순간의 결정'으로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샤론은 여러가지 암과 질병에 시달리다가 18년을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살다가 갔습니다.


샤론은 사실 유기견이었습니다. 원래 1대 샤론이 있었는데, 그 강아지를 잊어 버려서 찾다가 동네 아이들이 우리집 샤론인지 알고 안양천에서 데려온 강아지였습니다. 그 때 이미 약 2-3살로 추정된다했고 이미 한차례 아기도 낳았다 했습니다. 얼마나 굶었는지 배에는 껌이 가득 가득 묻혀져 있어서 아빠가 가위로 다 잘라 주었습니다.

공부만 했던 중학교 2학년이었던 저에게 샤론은 저의 유일한 단짝이었고, 새벽에 자지 않고 공부하면 교과서 위에서 뒹굴고 자자~고 하던 샤론도 나이가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병원에 데려가다가 동네에서 잊어 버려서 전단지 200장을 뿌려서 다시 찾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2학년 이었고 중간고사를 보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자꾸 샤론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저는 샤론이 매일밤 꿈속에서 나와서 무슨 일이 있구나 짐작하고 캐내었습니다...대학생 때는 갑자기 샤론이 집을 나가서 저는 정말 온 동네를 맨발로 울면서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있었나 합니다. 신발을 신을 수 조차 없었으니까요. 정말 파란만장한 일들, 기쁘고 슬펐던 일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이렇게 곁을 떠나고 나니 너무 허무 합니다. 아직도 저의 핸드폰 대문 사진은 샤론 입니다. 3년동안 절대 바뀌지도 않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때 부터 샤론을 도자기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샤론을 못자게 깨워가면서 흙으로 조각한 두상은 지금도 우리집 전화기 옆에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학생이 한것 치고는 아직도 스스로 ㅋ 자화자찬해서 잘 했다 생각합니다. 두번 만들었거든요. 사실 첫번째 것은 잘 안말리고 가마에 넣었다가 2만개의 조각으로 산산조각 났었지요.
그래서 샤론이 괜히 더 고생해야 했습니다.



샤론의 발들을 흙에 찍어서 재미삼아 구워 놓았던 것은 이제 저에게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더 많이 해 놓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 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샤론을 저의 작품에 출현?시키는 것을 습관화 시켰습니다.그리고 제 작품의여자 주인공은 나름대로 저의 자화상입니다. 머리길이도 그때 마다 저의 모습처럼 바뀝니다.


아래는 Teatotalism 이란 2011년에 제작한 작품입니다.아래도 샤론이 있네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줄무니 옷도 입고 있습니다.




엄마아 항상 스카이프로 예배 드릴때 마다 이렇게 옆에서 찰싹 붙어 있던 샤론의 옷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석이 된 샤론'이라 이름붙인 스카이프 스샷입니다. 엄마는 여전히 잠옷을 ㅋ 입고 계십니다.


밑의 사진의 샤론은 제가 가장 좋아했던 샤론 사진을 참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못찾겠네요. ㅜ 2010년의 Since Eve ate apples, much depends on dinner라는 작품의 일부 입니다. 샤론이 깨알같이 등장 하시고 계십니다.


날 가만히 내버려 두라라라르르르르~


2013년 최근에 작업하고 있었던 왁스로 만들어진 샤론입니다. 과정샷입니다. 샤론이 다리가 부러져서 한 다리는 아예 구부리지 못하고 그로 인해 앞다리 한쪽이 구부정하게 되어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위에 사진에 보면 오른쪽 다리가 바깥으로 약간 휘어져 있었습니다. 샤론이 죽기 2년 전 마지막으로 제부도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엄마 아빠가 잡은 게, 소라, 고동 냄새를 맡고 정신 못차리는 샤론을 찍은 것입니다:)



최근 작업에 자세히 보시면 샤론 몇마리 들이 줄줄이 흩어져 있답니다. 저는 예전에 잠이 안오면 양보다는 샤론 한마리, 두마리~하면서 셀 정도로 사랑하였습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저의 영어 이름도 사실 샤론입니다.



저는 대학생 학부생 때부터 샤론을 이곳 저곳 깨알같이 제 작업에 넣는 것을 저만의 재미로 삼고 있었는데 요즘 부쩍, 비교가 안될 대상이긴 하지만, 2003년에 영국의 터너상을 받은 포터( 스스로를 potter라고 부릅니다)이자 아티스트인 그레이슨 페리(Grayson Perry) 의 테디베어 알란 미즐스( Alan Mealsles)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레이슨 페리는 어렸을때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오래된 테디베어 인형 알란과 판타지 세상을 만들곤 했다는데 요즘에 작품에도 그 테디베어가 주인공으로 많이 나옵니다.  아래 사진 출저는 여기 입니다. 작년에 대영 박물관에서 했던 작품들 일부 입니다. 

The Tomb ofthe Unknown Craftsman 라는 제목으로 크게 개인 상설전이 열렸답니다. 전시가 너무 좋아서 책도 사고 흐뭇해 했습니다. 저는 책욕심이 상당히 많거든요. 아래 링크에 가시면 비디오도 보실 수 있고 자세한 전시 내용이 나와 있어요.

http://www.britishmuseum.org/whats_on/past_exhibitions/2012/grayson_perry.aspx




저도 저의 경험,저의 아이덴티티와 생각들이 작품을 발전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언젠가 샤론이 메인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어느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처럼 눈씻고 찾아봐야 겨우 보이는 그러한 소소한 재미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발전 시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하고 싶지는 않은 저에게 큰 의미가 되는 미래의 프로젝트가 되길 소망합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낙엽도 휘날리는 오늘

이렇게 저는 또 샤론이 무지 그립습니다.


www.sunae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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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스러운 글 솜씨도 없는데 들려서 끝까지 읽어 주시는 분들 복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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