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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ISH CERAMICS/유럽 도자기 공장 & 박물관

스포드 공장( Spode Factory) & 크리스마스

 스포드 공장( Spode Factory) & 크리스마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하루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영국은 일 년에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성탄절을 위해 심지어 9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체감온도를 느끼기 시작할 때는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기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런던에서는 성탄절 휴가1-2주 전에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가장 큰 쇼핑지역의 하나인 옥스포드 스트릿(Oxford Street)에 차가 다니는 것을 금지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가족끼리 선물과 카드를 주고받는 관습 덕분에 예술계는 그야말로 대목에 접어들게 됩니다. 부유층에서는 성탄절 전에 서로서로 공예나 그림을 선물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타겟으로 한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전국에 열리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 제가 들려드릴 영국 도자기 공장은 크리스마스와 인연이 깊습니다. 조사이어 스포드(Josiah Spode)에 의해 1770년에 세워져 2009년에 문을 닫은 스포드 (Spode) 공장 이야기입니다. 스포드 공장은 안타깝게도 5년 전에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하나의 도자기 브랜드로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스포드 공장의 발자취는 영국의 도자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지난 호에 소개된 크림웨어 (Creamware)에 당시에 유행하던 청화를 전사지를 이용해 장식한 블루 이탈리안 웨어(Blue Italian)는 지금도 생산되는 패턴입니다. 그리고 스포드는 무엇보다 본차이나 (Bone China)을 발명하고 발전시켜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차이나( Bone China)는 본애쉬( Bone Ash)와 차이나( China, 도자기) 의 합성어인데, 재료 중 본애쉬가 30% 이상, 장석, 고령토( Kaolin)이 함유된 연질자기(Soft-paste Porcelain)의 일종입니다. 영국에서는 독일 마이센 지역에서 발전시켜온 경질자기(Hard-paste Porcelain)의 어려움을 겪다가 연질자기를 발명하게 되었는데, 본차이나가 그 일종입니다.



<스포드  블루 이탈리안 티세트 ( Blue Italian Tea Set), 사진출처 www.lovelyprincess2u.blogspot.com>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회사의 몰락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스포드 공장의 가마는 더는 불을 때지 않지만, 다행히 텅빈 공장의 외벽은 허물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역사적인 공간의 특성을 살려서 영국 도자 비엔날레( British Ceramic Biennale)가 열리고, 지역 학교들의 워크숍 장소로 이용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일주일에 2번 물레를 체험하고 워크샵을 담당하는 분이 있어서 스포드 공장의 이름을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스포드 공장, 사진출처http://ceramicartdesign.files.wordpress.com/2011/09/img_0770.jpg >


스포드 공장이 크리스마스와 인연이 깊은 이유는 바로 스포드 크리스마스트리 패턴( Spode’s Christmas Tree Pattern)과 연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크리스마스트리 패턴이 장식된 도자기 세트를 보았을 때 문화적인 충격도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하루를 위해서 이런 도자기 세트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몇 해 지내다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국은 직장, 학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크리스마스 디너(Christmas Dinner)[1] 혹은 파티를 11월 말부터 12월 내내 즐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일상적이라, 크리스마스 주제의 도자기 세트를 사용할 일이 많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탄절 즈음에 집에 손님들을 초대했을 때,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세트는 그 분위기를 더 올려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지인 중에 한 아트 디렉터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부러 문화예술계의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네트워킹하고, 그때, 관련된 아티스트의 도자기 그릇을 일부러 내놓는다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1]디너라고 해서 저녁식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전통적으로 성탄절 오후에 먹는 식사를 말합니다. 요즘에는 크리스마스 디너라고 하면, 크리스마스 때 먹는 음식인 칠면조, 로스트 포테이토, 크랜베리 소스, 크리스마스 푸딩이 차려진 한끼 식사를 이르며, 크리스마스 전에도 로컬 펍(pub)등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패턴이 장식된 스포드 그릇, 사진 출처 www.spode.com>


이 패턴이 만들어진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됩니다. 미국에서 스포드 제품을 판매하던 시드니 톰슨(Sydney Thompson)이란 사람이 매년 스톡온트렌트(Stoke-on-Trent)에 제품을 위해 디자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디자인 디렉터는 토마스 하샐 (Thomas Hassall)이란 사람으로 시드니 톰슨과 함께 스포드 패턴북을 보던 중 예전 크리스마스 문양을 발견합니다. 그때의 크리스마스 장식 패턴을 다시 현대화시켜 디자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디자인은1938년에 새롭게 마켓에 나온 이후로 회사가 2009년에 완전히 닫기 전까지 여러 번 70년 동안 회사를 많이 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1999년 스포드 크리스마스 패턴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올렸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패턴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디너 세팅, 사진 출처http://entertainingwomen.blogspot.kr/2011/12/spode-christmas-tree-x-2.html>


서문에 잠깐 언급했듯이 2009년에 문을 닫은 스포드는 2011년부터 영국 도자기 비엔날레가 2년마다 장소를 빌려 많은 행사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2011년 가을이었는데, 공장이 문을 닫은 얼마 후라서 몰드 하우스 (Mould House)도 그대로이고, 근무하던 사람들의 책상과 미처 치우지 못한 물품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2013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많은 부분이 청소된 상태고 몰드는 지역 아티스트들에게 헐값으로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방을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지들, 18세기부터 모아왔다는 석고 몰드들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영국의 유산이 다 뿔뿔이 흩어져버렸습니다.

 

스포드 공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로열 덜튼(Royal Doulton) 공장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로열 덜튼은 현재 웨지우드가 있는 WWRD Ltd.으로 같이 합병된 후에 건물은 그냥 방치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큰 콘크리트로 막아놓았지만, 건물은 아직 철거되지 않은채 남아있습니다.

 


<문닫은 로열 덜튼 공장과 상점, 사진 김선애>

< 일하던 사람들의 작업복이 남아있던 스포드 공장안 모습, 사진 김선애 >


< 스포드 공장안 모습, 도자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진 김선애>


< 스포드 몰드하우스, 사진 김선애>


근래에 영국 산업 도자기 공장들은 대부분이 제3국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서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다른 나라로 옮겨갔습니다. 공장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현재 방문하면 버려진 공장과 집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웨지우드 회사에서 도자기 제조업을 위해 장인들을 키웠던 웨지우드 인스티튜트 (Wedgwood Institute)도 그대로 방치된 채 문이 닫혀 있습니다. 역사적 건물로 복원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스톡온트렌트 지역 예산이 모든 것을 다 살리기에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를 다시 활성 시키는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 도시에 살고 있던 시민이면 집 한 채를 단돈 1파운드 (1800)에 살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제도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 스톡온트렌트의 버려진 건물의 일부, 사진 김선애 >



<스톡온트렌트에서 아직도 스포드가 생산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전시된 스포드 블루 이탈리안 접시들. 영국 도자기 비엔날레에서 전시됨. 사진 김선애>


스포드 공장이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호에서 소개한 이유는

스포드 라인 중 일부분이 아직도 포트메리온(Portmerion)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트메리온은 웨일즈 기반의 브랜드이지만, 스톡온트렌트에서는 아직도 스포드 제품을 생산합니다. 또한 스포드웍스(Spodeworks)라는 방문센터가 있어서 스포드 공장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영국 도자 비엔날레가 열리는 시기에 맞추어 방문 추천합니다.


이글은 월간도예 1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무단복제를 금하고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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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unaekim.com


Sun Ae Kim is a creative thinker and a contemporary storyteller using ceramics. She started to study on ceramics in the Hong-ik University in Korea and focus on the18th century’s English and European ceramics at the school of the applied art in RCA.

She was interested in creating narratives using contemporary satirical stories found in ceramics, whilst referring to European Figurines from the 18th and 19th century. In particular her interest in european figurines which were purposely used for striking a conversation during mealtime at the dinner table was predominantly explored into her works.

After leaving the RCA, She co-founded the Studio Manifold, a group of nine artists and designers whose practice grew up alongside each other within the ceramics and glass studio at the Royal College of Art.

Sun Ae collaborated with the Alexander McQueen for the Paris Fashion Week 2011/12 and exhibited her works in UK and worldwide including the Orange County Centre for Contemporary Art in LA and the Palais de Tokyo and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Sun Ae also teaches ceramics from young people to adult through her workshops and classes widely in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