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ITISH CERAMICS/유럽 도자기 공장 & 박물관

영국의 도자기 핫 브랜드/에마 브릿지워터 Emma Bridgewater

그동안 월간도예를 통해 영국 도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영국의 많은 공장들이 문 닫은 이야기를 간간히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미 많은 공장들은 대부분 제 3국으로 옮겨갔으며 영국제품이라고 쓰인 도자기라고 할지라도 중국이나 인도네이사에서 만들어진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영국 브랜드 중에서는 영국 생산을 고집하면서 그 퀄리티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힘쓰는 공장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스톡온트렌트(Stoke-on-Trent)지방에는 작은 도자기 공장들이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2015 1월호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여 영국 산업 도자기 공장에서 현재 가장 트렌디한 곳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브랜드 이름은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에마 브릿지워터(Emma  Bridgewater)입니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판매된 적이 없지만, 영국에서는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영국인들의 영국스러움를 시각적으로 잘 나타낸 곳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 스톡온트렌트를 떠날 무렵, 저렴한 가격에 빈 공장을 사들여서 1985년에 공장을 세우게 됩니다. 역사가 얼마 되지 않기때문에 보통 공장과 함께 있는 박물관은 없지만 공장 투어(tour)를 마련하여 직접 공장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에마 브릿지워터는 창립자이름입니다. 1985년에 에마가 어머니에게 줄 생일선물로 도자기 찻잔을 찾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 선물을 찾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도자기 브랜드를 설립했습니다. 에마 브릿지워터 이전 도자기들은 너무 격식적이거나 아니면 디자인이 섬세하지 않은 저가의 제품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이 이 공장이 세워진 유레카의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영국에 있었을 때는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 부모님께 머그잔, 찻잔 등을 하는 영국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다양한 머그잔과 찻잔을 모으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에마 브릿지워터의 주력상품은 찻잔, 커피잔 머그입니다.

에마 브릿지워터가 특별한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영국의 교외의 일상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있는 패턴, 그리고 스펀지를 사용해 장식한 스펀지웨어, 마지막으로는 텍스트를 이미지화시킨 점 입니다.

 

첫번째로 집에서 기르는 가축인 개, , 한적한 영국 시골 마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새, 오리 등의 이미지를 직접 그려서 전사지를 제작한다고 합니다. 공장 투어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러한 전사지를 붙이고 있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공장 투어를 다니면서 보면, 전사지를 붙이는 분들은 거의 다 여성입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에서 전사지를 입히는 작업은 7살 정도의 여자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친근한 동물들을 보고 공장에 있는 팩토리 샵(Factory Shop) 뒤로 오니 닭장이 있는 뒤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닭장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추측되는 머그잔과 상자도 같이 출시되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인 스펀지웨어( Sponge ware)는 말 그래도 스펀지를 이용해 장식한 도자기를 말합니다. 제가 공장 방문 시 스펀지 웨어 장식하는 기법을 잘 볼 수 있었는데요 패턴 디자인이 나오면 끝이 뾰족한 인두로 하얀 스펀지를 세밀하게 디자인에 따라서 조각을 합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열로 녹여서 없애는 방법입니다. 그 후 초벌된 기물에 여러 가지 색을 입혀서 스펀지로 콕콕 표면에 찍어줍니다. 에마 브릿지워터의 시그니처 패턴이기도 한 물방울 패턴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머그잔을 자세히 보면 정리되지 않은 듯 여러 색이 자연스럽게 찍혀있습니다. 일반 고급 도자기 제품들이 브랜드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사지로 장식되어 있다면, 에마 브릿지워터의 장식은 모두 영국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되어 조금씩은 다를 수 있는 패턴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더 정감이 갑니다.

패션의류로 유명한 토리버치(Tory Burch)도 현재 홈섹션에서 스펀지웨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19세기의 스펀지웨어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패션 도자기입니다.

영국 도자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실제로 19세기 말에 영국, 아일랜드, 스코트랜드에서 유행했던 스펀지 웨어가 유행했습니다. 장식장에 넣어놓고 구경만 하는 용도가 아닌 매일 직접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졌습니다. 도기(earthenware)로 만들어져서 가격이 저렴했지만, 패턴이 화려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습니다. 특별히 상류층도 이러한 도자기를 장식장(dresser)에 넣어 실내장식용으로 사용하였는데, 당시 장식장은 그 집이 얼마나 잘 사는가 알려주는 척도로 여겨졌습니다. 제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카페를 이용했는데, 에마 브릿지워터의 브랜드 철학에 맞게 꾸며놓고 그곳의 도자기도 사용하여 마치 영국의 가정집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특징인 텍스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스펀지를 이용하는 방법과 전사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머그에 주문한 사람의 이름을 써주는 방법뿐만 아니라, 샐러드 볼, 아침으로 먹는 시리얼 볼, 접시 등에 크게 텍스트를 시각화시켜서 장식한 것이 특징입니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에나멜 메탈웨어에 빵을 넣어두는 곳에는 Bread, 차를 넣어두는 틴(tin)에는 Tea 식으로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재료와 음식을 겉에 글씨로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영국 어디를 가나 집집이 하나씩은 있을 법한 디자인이지만 퀄리티를 고급화시키고 현대화시킨 점이 강점입니다. 에마 브릿지워터에서는 이러한 친근한 디자인 소재를 이용해 그들만의 독특한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에마 브릿지워터 제품은 도기로 만들어져서 다른 본차이나(Bone China)와 포셀린(Porcelain)을 소재로 쓰는 브랜드 공장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 많이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점을 비즈니스 포인트로 현재 도자기 뿐만 아니라 팬시용품, 쿠션, 커튼 등에도 적극적으로 응용이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패턴이나 디자인 독자성을 다른 사업에서 시작했다가 도자기에도 응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패브릭 디자이너 중에 올라 키일리 (Orla Kiely) 제품은  패션으로 시작했다가 도자기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 그 패턴이 응용되고 있습니다. (tea)로 유명한 위타드(Whittard),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 리버티(Liberty), 영국 대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Jamie Oliver)가 모두 자체 도자기 브랜드를 생산하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에마 브릿지워터는 도자기로 시작하여 다른 장르로 발을 넓혀가고 있는데 앞으로 그 행보가 기대가 되는 브랜드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www.sunaekim.com


이 글은 월간도예 2015년 1월 호에 실린 작가 선애킴의 글입니다.

무단도용을 금하고 인용하실때는 출처를 정확히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