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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ISH CERAMICS/유럽 도자기 공장 & 박물관

로열 크라운 더비 (Royal Crown Derby) 박물관 + 조지안 시대 (Georgian Period) 영국 다이닝 문화

로열 크라운 더비 (Royal Crown Derby) 박물관

+ 조지안 시대 (Georgian Period) 영국 다이닝 문화

 

로열 크라운 더비는  첼시 공장에서 일하던 윌리엄 듀스버리 (William Duesbury)가 설립한 공장으로 1770년 첼시 공장을 사들이고 첼시-더비라는 이름으로 출발합니다.

로열 크라운 더비가 크라운 (Crown)’ 과 ‘로열 (Royal)’이란 상호를 쓰며 백 스탬프 로고에 왕관 모양이 있는 것은 왕실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왕실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왕실, 귀족 칭호를 받은 사람, 기관과 일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데 ‘더비 공장’이었던 브랜드는 1775년에 킹 조지 3세가 더비 공장에 백스탬프 (backstamp, 도자기 뒷면에 사용되는 일종의 로고)에 특별히 크라운 모양을 사용하는 honour를 수여 받아서 ‘크라운 더비 공장(Crown Derby Factory)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 후에 1890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로열칭호를 받아서 지금의 로열 크라운 더비(The Royal Crown Derby Porcelain Company, Manufacturers of porcelain to Her Majesty)가 되었습니다. [1] 유명한 디자인으로는 일본의 이마리(Imari)자기를 모방한 시리즈, 동물모양의 컬렉터블 페이퍼웨이츠(Paperweights)등이 있습니다.















로열 크라운 더비 박물관 모습, 사진 김선애

로열 크라운 더비 공장 모습, 사진www.visitderby.co.uk

 

 2014년 로열 크라운 더비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서 더비 시내에 있는 공장과 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공장은 들어가 보지 못하고 박물관을 혼자 둘러보았는데 멋진 작품들을 혼자 보려니 아까운 생각이 들 정도로 박물관 안에 관람객은 저 혼자였습니다. 팩토리 샵을 지나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2012년 부터 함께 협력관계를 맺어온 스틸라이트 인터내셔널(Steelite International)과의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었는데18세기 부터 상류층의 파인 다이닝에 많이 사용되었던 로열 크라운 더비와 컨템프러리 파인 호텔웨어(Hotelware)로 이름 나 있는 스틸라이트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시는 18세기의 화려한 테이블 세팅의 예를 보여주었는데 당시의 다이닝룸에서의 복장도 같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더비 공장은 1774년에 런던 코벤트 가든에 쇼룸을 세운 이후 런던 사회에 이름을 알렸다고 하는데 이러한 다이닝 세트가 많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 2 같이 당시 보카니컬 저널, 잡지 등 에서 찾을 수 있는 튤립 같은 꽃, 식물은 당시 더비의 디저트 서비스에서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18세기에는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신기한 꽃, 식물, 동물 등에 대한 관심, 흐름이 도자기에서도 보여주게 됩니다.

도자기는 홈 파티, 응접 문화가 일상적인 영국에서 부유한 가정이나 귀족이 사람들을 집에 초대했을 때 도자기는 자신들의 부를 자연스럽게 과시하는 도구이기도 하였습니다.

18세기 다이닝의 순서를  간단히 살펴보면 도자기가 사교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지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이닝에 초대되면 먼저 호스트와 초대된 부인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함께 들어갑니다. 초대자인 집주인은 테이블의 가장 머리 쪽과 반대 편에 앉고 손님들은 가로로 긴 테이블 사이에 앉습니다. 초대한 사람이 손님을 잘 보기 위함입니다. 보통 식사는 코스 2개와 디저트 코스로 이루어지는데 5~25개 접시가 준비되면 초대된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2~3개 정도를 선택하여 식사합니다. 다이닝은 삶거나 구워진 고기, 수프, 생선, 파이, 채소, 과일 타르트, 젤리, 크림 등이 포함됩니다. 코스마다 도자기와 숟가락, 포크, 나이프도 모두 바뀝니다.  디저트 코스가  이 중에서 가장 성대한 코스인데 아이스크림, 소벳,젤리, 과일, 견과류 그리고 치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찬이 끝날 무렵에는 차와 커피,술 등을 내놓습니다. [2] 이렇게 다양한 음식과 여러 개의 코스들을 준비하려면 그만큼 많은 도자기가 사용되었습니다.

아침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영국은 아침 (Breakfast), 점심 (Lunch, 지방에 따라 Dinner라고 부르기도 함), 저녁 (Dinner/Tea)에서 먹는 음식 종류와 스타일이 각각 다른데 게스트없이 혼자 먹기도 하였지만, 오늘날의 가든파티처럼 아침식사파티(Breakfast party) 1770년대에 유행하였습니다. 손님들과 차가운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오후까지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집주인은 화려한 다이닝 코스를 준비하고 음식을 담는 그릇도 그것에 맞게 화려한 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귀족, 왕실에서는 도자기 회사에 따로 디너 서비스, 디저트 서비스 세트를 주문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예로 1828년 기록에 따르면, 런던 하이게이트 (Highgate)에 있던 홀리 롯지(Holly Lodge)에서 왕실가족인 더치스 오브 세인트 알반스 (Duchess of St Albans)가 주최한  아침(Breakfast)’은 오후 3시에 시작되기도 하였습니다.[3] 그리고 이러한 아침 파티는 자정까지 지속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녁 초대 또한 오후 3시부터 시작되기도 하였는데,  한 예로 La Rochefaucauld 기록에 따르면, ‘ 영국에서는 저녁식사가 보통 오후 3시에 시작되어 저녁 10시까지 지속한다. 영국사람들은 절대 먹는 것과 마시는 것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4] 또한 다이닝 룸을 먹는 방(Eating Room)’이라 칭하기도 하는 등 만찬을 사랑하는 영국 문화에 고급 도자기는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영국 왕실, 귀족들 사이에서 재력의 과시와 사회적 위치를 대변해 주는 도구로 로열 크라운 더비에서도 그들을 위한 도자기를 주문생산하였습니다




 박물관 내18세기 다이닝 진열 사진, 사진 김선애 






로열 크라운 더비 이마리 제품 만드는 과정 사진https://misachievement.files.wordpress.com/2011/08/royal-crown-derby-4-litherland.jpg

로열 크라운 더비 박물관에는18세기부터 지금까지 명실상부 왕실에서 사랑하는 도자기 브랜드의 하나로서 왕실 가족에게 커미션을 받은 다양한 작품들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주문한 작품들도 일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는 킹 조지 5세와 퀸 메리 여왕이 의뢰하여 채스워스 하우스(Chatsworth House, 더비셔(Derbyshire)에 있는 Duke and Duchess of Devonshire가 머무는 곳, Cavendish가족이 16대에 걸쳐서 살아온 곳)가 그려진 채스워스 서비스(Chatsworth Service, c. 1795-1800)도 그중 하나입니다.


18세기 말에 만들어진  채스워스 서비스의 부분, 사진 김선애

그중 한 가지 흥미로운 전시 품목은1770년대 프랑스 세브르에서 만들어진 디자인이 더비에서 사용된 예를 보여주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18세기 초에 포셀린(Porcelain)을 발명한 프랑스와 독일과는 달리 영국은 18세기 중반에 가서야 자기 생산에 돌입하는데 그전까지는 프랑스, 독일의 포셀린의 형태나 패턴을 모방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4) 더욱이 17세기 부터 조지안 시대에는 영국 상류층에서는 프랑스 남자 요리사를 고용하여 집안의 요리사로 일하게 하는 것이 유행하였습니다.[5] 당시 사회 문화상을 보았을 때도 자연스럽게 영국 다이닝과 도자기에 프랑스 문화가 녹아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로열 크라운 더비 박물관에 진열 중인 디자인의 예, 사진 김선애

박물관 내에서는 로열 크라운 더비의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표면 디자인 과정(사진 7) 부터 길딩(Gilding) 까지 가마에서 구워지는 온도와 시간이 자세히 나와 있었습니다. 1,240도에서 19시간, 1,125도에서 12시간, 1,080도에서 11시간, 830도에서 10시간 로열 크라운 더비 제품이 가마에서 소성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진 8에 있는 전사 과정은 영국 공장에서는 석판인쇄(Lithographing)라고 부르는데, 로열 크라운 더비에서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 ,  유약 밑에 색이 들어가게 하는 인글레이즈(In-glaze)와 유약 위에 색이 입혀지는 온글레이즈(On-glaze) 두 가지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교육적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덕션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전시해 놓은 박물관 섹션 중 하나. 사진 김선애


로열 크라운 더비 페이퍼웨이츠, 사진 로열 크라운 더비

이러한 전사 방법은  테이블 웨어 뿐만 아니라 로열 크라운 더비의 제품 중  페이퍼웨이츠(Paperweights)라고 불리는 동물 모양의 컬렉터블(collectible)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은 피겨린에 전사지와 금을 이용하여 장식하고 다시 굽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피겨린이 핸드페인팅으로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로열 크라운 더비의 피겨린들은 전사지를 이용한 드로잉을 하고 금으로 장식합니다. 굴곡이 있는 3D 원형에 전사지를 입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디자인할 때부터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로열 크라운 더비의 동물 모양의 디자인들은 표면이 반듯하지 않은 형태에 입혀지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드로잉과 전사지를 다 붙이고 난 후의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담으로 드로잉 자체를 공장 내에서는 그들만의 언어로 로드킬 ‘Road Kill’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6] (사진 10 참고)



로열 크라운 더비 전사지 드로잉 사진과 페이퍼웨이츠, 사진 스티브 브라운 논문 수록

마지막으로, 최근에 로열 크라운 더비는 영국 세라믹 아티스트 들과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하기도 하였는데, 디자인 컨설턴트로 유명한 피터 팅Peter Ting은 2008년, 아카이브의 디자인 프린트를 재해석한 로열 크라운 더비 핸드메이드 작품 ‘Constellation Manhattan’ 디너 서비스를 발표하여 컨템프러리 다이닝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로열 크라운 더비와 피터 팅의 협력작품, 사진 로열 크라운 더비

로열 크라운 더비 방문센터: 194 Osmaston Road, Derby, Derbyshire, DE23 8JZ, www.royalcrownderby.co.uk/visiting

 



[1] http://www.royalcrownderby.co.uk/history/

[2] 로열 크라운 더비 뮤지엄 내의 설명서를 참고하였습니다.

[3]  Sara Paston-Williams, The Art of Dinning: A History of Cooking and Eating, London: The National Trust, 1995(1993), P.243

[4] Sara Paston-Williams, The Art of Dinning: A History of Cooking and Eating, my translation, London: The National Trust, 1995(1993), p.245,

[5] Sara Paston-Williams, The Art of Dinning: A History of Cooking and Eating, London: The National Trust, 1995(1993), p.231 남자 요리사는 조지안 시대에 가장 임금이 높던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18세기 초 듀크 오브 베드포드(Duke of Bedford)는 자신의 프랑스 요리사에게 보통 영국 요리사의 두배의 임금을 주는 파격적 대우와 함께 고용하였습니다.

[6] 로드킬은 고속도로나 차도에서 사고로 차에 치어서 죽은 동물을 일컫는 말. 영국 도예 작가 스티브 브라운(Steve Brown)의 논문(The Physicality of Prints)에 보면 로열 크라운 더비의 전사지와 동물 모양의 피겨린에 대해서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델만들기, 몰드 만들기, 캐스팅, 소성, 시유, 장식하는 단계 단계마다 일어날 수 있는 프로덕션 라인과 전사지 표면 장식에 대한 관계를 조사하던 중, 로열 크라운 더비의 페이퍼웨이츠에서 연구의 힌트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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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unaekim.com


이 글은 월간도예 2015년 3월 호에 실린 작가 선애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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