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피겨린으로 바라본 18세기 영국 삶과 문화 3
(지난 호 이어서)
세브르 공장의 얼음같이 하얀 도자기는 프랑스 왕정에서 시작된 연극 문화와 로코코 스타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문화 안에서 발레 판토마임이 프랑스 화가에 의하여 유화로 그려지고, 그것이 또 도자기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첼시 포슬린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악수업’은 갑자기 영국에서 왜, 어떻게 만들어졌던 것일지 의문이 듭니다. 부세가 사망한 이후(1770)에 그의 명성은 평론가 드니로의 비판과 함께 빠르게 추락하였습니다. 한 시대의 유행을 주도하던 스타일은 이제 구체제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것을 고려해 보면 그의 회화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은 도자기 작품들은 부세 스타일이 프랑스의 회화를 아직도 대표 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영국에서는 부세 사망 5년 전에 ‘음악 수업’이 제작되었습니다.
당시의 유럽사회는 ‘프랑스에서 입김 하나만 불어도 모든 유럽에 전해지는’ 시대였습니다. 그만큼 프랑스의 왕정문화가 다른 유럽 나라 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는 뜻입니다. 영국 부유층에서도 이러한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을 갈망하였을 것입니다. 영국의 도자기 피겨린은 궁정 헌납이 아니라 대부분 판매를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귀족, 부유층의 취향과 당대의 유행을 고려하여 작품을 제작했어야만 했습니다. 그 예로 유사한 형태로 제작된 독일의 마이센(Meissen)과 프란캔탈(Frankental) 프랑스의 뱅센느 (Vincennes)의 ‘음악수업’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사용된 이미지는 부유층에게는 당시 유행의 한가운데 섰던 요즘 말로 ‘머스트 헤브 아이템((Must-have Item)’이나 ‘워너비(Wannabe)’ 이미지가 아니었나 추정이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 나라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가운데 목동들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뒤에 배경과 채색 스타일 등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1]
도자기 표면에 응용된 예를 들면 1768년 Etienne-Jean Chabry fils가 채색한 A Gobelet Calabre, a gobelet litron가 V&A에 소장되어 있고 vase Wallace Collection에는 1779년에 만들어진antique ferré의 작품 중 하나에 그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2]
또 다른 예로는, 영국에서 1762-3년에 ‘춤 수업(The
Dancing Lesson)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장인 첼시에서 음악 수업과
비슷한 구조로 제작된 피겨린이 있습니다.[3]
사진 1- 춤 수업 (The Dancing Lesson, after Boucher) 1762-3년, London Museum 소장
보시다 시피, 이 장면이 얼마나 유명하고 유행했으면 도자기 만드는 장인들이 앞다투어 비
싼 도자기에 응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18세기에는 저작권법이 없었으므로 다른 사람이 창작한 이미지도 마음대로 도자기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이미지 차용을 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여기서 이제 우리의 초점은 앞서 본 다른 나라들의 예처럼, 프랑스 문화로부터 시작이 된 음악 수업 작품이 영국 문화를 만나서 어떻게 재해석이 되었을까입니다. 다시 영국 ‘음악수업’ 으로 돌아가서 이 열쇠를 풀어보겠습니다.
이 피겨린에 ‘영국스러움’을 찾아본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배경에 사용된 화려한 나무와 꽃장식입니다. 피겨린의 배경에 보이는 나무와 꽃 장식을 보카지(Bocage)라고 흔히 부르는데 영국 도자기 피겨린에서 독특하게 발전이 되었습니다. 피겨린이 가마에서 구워질 때 불에 의하여 형태가 구부러질 수 있으므로 피겨린 뒤에 나무 기둥을 대었던 독일 마이센(Meissen) 공장이 있었다면 영국의 보카지는 대부분 그 화려함에 화려함을 더 합니다.
사진 2- 음악 수업( The Music Lesson)의 세부 사진, 첼시 포슬린 공장(Chelsea Porcelain Factory)의 조셉 윌름스( Joseph Willems) 디자이너 작품, V&A 소장, 1765년
나무 기둥뿐만 아니라 나뭇가지, 화려한 잎들과 꽃들이 피겨린을 감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죽은 나무 기둥만을 뒤에 붙여서 장식했던 마이센의 방법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도공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첼시 포슬린 공장( Chelsea Porcelain Factory)의 조셉 윌렘( Joseph Willems) 는 이러한 보카지를 작품에 많이 응용하였고 이 전통은 첼시 공장의 영향을 받은 다른 영국 공장뿐만 아니라 19세기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사진3 – Tee-Total, c.1835, maker(s) and production uncertain, Staffordshire, earthenware, V&A Collection
두 번째 특징으로는 보카지(Bocage) 뒷면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는데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배경은 다소 ‘공을 덜 들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4-음악 수업( The Music Lesson)의 뒷모습, 첼시 포슬린 공장(Chelsea Porcelain Factory)의 조셉 윌름스( Joseph Willems) 디자이너 작품, V&A 소장, 1765년
지난번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 작품은 테이블에 놓아서 360도 다 돌아가면서 장면을 볼 수 있는 식사를 위한 작품이나 센터피스보다는 벽난로(Fireplace) 위 같은
데에 놓아 뒷면이 보이지 않는 곳 장식을 위해 쓰였을 경우가 큽니다. 19세기에서는 값싼 피겨린들이 대중들을 위해 제작이 되는데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뒷면을 아예
장식하지 않고 납작하고 하얗게 남겨두었습니다. 후에 이러한 제작 방법은 플랏백(Flat-back)이라
불리게 될 정도로 하나의 장르로 발전합니다.
사진 5- 19세기 플랏백(Flat-back) 피겨린의 예, Figure Group,
Lead-glazed earthenware, Staffordshire, c.1840-1850, V&A Collection.
세 번째 특징은 피겨린이 만들어진 재료에 그 답이 있습니다. 독일 마이센은 처음으로 경질자기(hard-paste porcelain)를 개발해서 사용했던 것과 달리 영국은 연질 자기(soft-paste porcelain)를 피겨린 제작에 사용하였습니다. 첼시(Chelsea), 보우(Bow), 더비(Derby)를 포함한 영국 공장들은 경질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연구에 힘을 쏟았는데 그 이유가 경질 자기 제작방법과 재료가 비밀에 부쳐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708년 경질자기 개발 이후로 영국은 경질자기의 가장 중요한 원료였던 카올린(china clay)와 차이나 스톤(petuntse ,china stone)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두 가지 핵심 재료는 자기를1200°C 에서 1450°C 온도까지 형태를 유지해서 소성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에 반해 연질자기는1100 °C에서 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흙은 더 낮은 온도에서 소성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이유가 영국의 연질자기의 밝은색, 가소성, 유리 같은 투명성에 크게 이바지 합니다.[4] 독일 도자기보다 더 감각적인 매력이 있고, 부드러운 특징을 꼽을 수 있습니다.[5] 장식을 위해 사용된 영국 산 에나멜(enamel)도 독일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개월에 걸쳐 ‘음악 수업’ 피겨린으로 바라본 18세기 영국의 문화와 인생을 살펴보았습니다. 독일에서 연회장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도자기 피겨린이, 프랑스 왕실 극장 문화의 영향을 받고, 영국의 전통이 더해 져서 ‘음악 수업’을 탄생시켰습니다.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은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상태를 올리며 기록을 하는데, 유럽의 18세기 사람들은 그러한 문화를 삶을 도자기에 남겼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도자기 피겨린를 통한 부유층의 문화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 간의 취향의 흐름도 읽을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
[1] Wallace Collection 2013, Garniture of Three Vases and Covers, Wallace Collection, London, Viewed 21. March 2013, <http://wallacelive.wallacecollection.org:8080/eMuseumPlus?service=ExternalInterface&module=collection&objectId=72181&viewType=detailView>
[2] Wallace Collection 2013, Garniture of Three Vases and Covers, Wallace Collection, London, Viewed 21. March 2013, <http://wallacelive.wallacecollection.org:8080/eMuseumPlus?service=ExternalInterface&module=collection&objectId=72181&viewType=detailView>
[4] ‘ H is for Hard-paste’, A to Z Ceramics,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Viewed 1 April 2014, < http://www.vam.ac.uk/content/articles/a/a-to-z-of-ceramics/#H>
www.sunaekim.com
사랑해 주시는 분들 늘 감사합니다.
월간도예 2014년 6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연구하는데 혼심의 힘을 쏟았으므로 마구 퍼가지 말아주세요!
레포트에 카피앤 페이스트 하지 마세요. 지금은 편하겠지만 나중에 힘들어요. 인생 그리 쉬우면 모두가 행복.
허락 안받고 퍼가다 걸리면 바로 연락들어감. 이래봐도 체력이 국력. 도예하려고 근육키우는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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