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ITISH CERAMICS/영국에서 도예가로 살아가기

영국에서 도예가로 살아가기 셋 - 커미션. 페어. 레지던시



참고: 2014년 3월 월간도예에 실린 글 입니다( 아래 글은 에디팅 되기 전입니다)


영국에서 도예가로 살아가기 

- 커미션. 페어. 레지던시

 

꽃샘추위가 봄을 얼른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할지는 모르지만, 특별히 저에게 3월의 대학교는 ‘싱그러움’으로 기억이 됩니다. 3월의 수강신청과 함께 시작되는 분주한 학교의 강의실, 실기실 뿐만 아니라 다시 활기를 찾게 되는 학교의 식당, 카페가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여유로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보기 힘든 여유로운 미소로 가득 찬 대학교가 생각나는 ‘시작’의 달입니다. 영국의 새 학기는 항상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시작되는 13학기 제라서 3월이 되면 저는 이러한 한국 대학들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지난 2개월 동안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위하여 유럽 여러 나라들 중에 영국에서는 학교 시스템과 정부, 공예 관련 기관들이 갓 졸업한 학생들이 어떻게 사회에 나가서 도예가로 살아가게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아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는 한국의 학생들이 참고하여 응용할 수 있는 정보도 있고, 한국에 있는 어린 작가들이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기금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보통 자국의 국민들에게만 우선권을 주지만 공예 박람회(Fair)나 레지던시(Artist in Residency)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이라도 기회들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자신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회에는 ‘영국에서 도예가로 살아가기’ 마지막 편으로, mid-career(established artists)작가들이  영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방법을 간략하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 중에서도 작가들이 영국의 커미션 문화,  공예 페어, 오픈 스튜디오, 레지던시에 대한 기회들을 어떻게 적극 활용하는지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영국 작가들은 개인, 회사, 단체 등으로부터 커미션(commission-based)을 받아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커미션 문화와 시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서 이루어 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나의 예를 들면, 도자기의 경우에는 16세기 유럽이 중국과 일본과 교류를 시작함으로 커미션 문화가 발전되었습니다. 특별히 경제력이 있는 왕실이나 귀족들은 중국 징더진에 많은 자기를 주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의 왕실, 귀족을 상징하는 문양을 비롯하여 18세기 가장 유행이었던  중국과 일본풍의 장식 기법을 일컫는 치노서리(Chinoiserie Decoration, 1750-65에 가장 발달)로 장식된 궁전과 집을 꾸미는 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에 주문(커미션)을 해서 수입을 했습니다. 이러한 커미션 문화가 지금까지도 영국에 내려져 와서, 생일, 크리스마스, 결혼 선물 등으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예술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커미션이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커미션을 받는 작가들은 이러한 예술품 단품을 의뢰받기도 하기도 하지만, 런던의 많은 호텔이나 사업 공간, 혹은 집의 작은 공간을 큐레이팅 하는 커미션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베싼 로이드 워딩턴(Bethan Lloyd Worthington)작가는 The Town Hall 이라는 호텔로부터 커미션을 받아 2개의 영구전시 작업을 의뢰 받아 작업했습니다. 제임스 리글러(James Rigler)도예가는 2011년에 왕실 가족인The Duke and Duchess of Devonshire 부터 Chatsworth Table을 의뢰받았습니다. 필자도 2011년에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맥퀸(Alexander McQueen)으로 부터 작품 커미션을 받아 2011/12파리 패션 위크의 옷 두벌과 신발 2벌을 제작하였습니다.커미션은 작은 것부터 퍼블릭 아트에 들어가는 커미션 까지 두루 다양한데, 도예가 중에서 캐롤 윈드함(Carole Windham)처럼 커미션으로만 작업(Commission-based)을 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그와는 달리 커미션이 자신의 작업성향과 맞지 않는 작가들은 커미션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영국의 도예와 공예를 사랑하는 애호가와 컬렉터들은 보통 영국 전역에서 열리는 전시나 페어 등에서 작품을 사거나 갤러리 VIP로 초대되어 예술가들하고 교류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공예 페어에 가면 도자기 쇼핑?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중견 작가 뿐만 아니라 영 아티스트까지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페어가 영국에 다양합니다. 참여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새로 지원하는 작가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있고, 사실 여기서 작가들이 많은 세일을 만들어 냅니다. 대표적인 페어를 살펴보면, 런던만 하더라도 매년 4월에 열리는 세라믹 아트 런던(Ceramic Art London) 9월의 런던 디자인 위크(London Design Week)에 맞추어서 열리는 오리진 (Origin)이 있습니다. 이 두 페어는 도예가 개인이 신청해서 참여할 수 있는데 외국 작가들도 지원할 수 있어서  한국에서도 참여 가능합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큰 페어인 컬렉트(Collect)가 매년 5월에 사치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갤러리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페어에 참여합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는 과연 이렇게 비싼 도자기를 누가 살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는데, 우선 영국은 유럽에서도 중심이 되는 공예 트렌드 마켓을 가지고 있고 7일 동안1 7천여 명이 다녀간 오리진 £700,000(2010년 기준) 전시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티 문화와 저녁 초대 문화도 빠질 수 없는 도예계의 숨은 공헌자입니다. 제가 아는 아트 디렉터는 도자기 작품을 작가들로부터 구매하여 사업상, 친목상 디너파트 용으로 사용합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런던 전역에서 열리는 팝업(pop-up)크리스마스 마켓이 단기간 동안 갤러리와 마켓 등에서 열리고 작가들은 소품부터 시작하여 크리스마스 ‘선물’용 작품들을 앞다투어 선보입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때 가족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쇼핑은

일년의 가장 큰 대목으로 예술가에게도 적용됩니다.이래서 예술 애호가들을 위해서  많은 작가들 오픈 스튜디오를 11~12월 초에 열게 되는데요. 오픈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작가들의 작업실을 일정 기간 여는 이벤트를 하는 것입니다. 잘 나가는? 작가들은 오픈 스튜디오 기간에 1년의 스튜디오 대여비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예를 들어 코픽 아트 스튜디오 (Cockpit Arts)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오픈 스튜디오를 하여서 여름 세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세일을 하여 방문객들을 초대합니다. 제가 방문했었던 2009년에는 경제 불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방문하여 작품을 거래하고 직접 작가들과도 소통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레지던시에 관하여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Mid-career 작가들은 보통 레지던시에 초대되는 형식으로 레지던시를 하게 되는 데요. 예를 들어 지난호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Victoria and Albert Museum ceramic residency에는 2009년에 새로운 세라믹 갤러리 오픈과 함께 그동안 스티브 딕슨(Stephen Dixon), 루이자 타일러(Louisa Taylor), 미셀 에릭슨(Michelle Erickson), 제임스 리글러(James Rigler) 그리고 클레어 투미(Clare Twomey) 등의 영국과 외국 작가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작가들은 이 기간에 돈을 월급 형식으로 받으면서 작업을 하는데 또한 레지던시 기간동안 무료 워크샵을 통해 다시 대중에게 환원하고 소통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 밖에도 유명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는 웨일즈에 있는 애버리스트위스(Aberystwyth Arts Centre Residency), 코브팍(Cove Park) 레지던시 등도 있으며 보통 3-6개월 정도의 기간입니다. 컨템프러리 순수 미술 갤러리인 Camden Art Centre도 세라믹 스튜디오가 있어서 펠로우쉽(Fellowship)의 개념으로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작가 중에 피비 커밍스(Phoebe Cummings)는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이러한 레지던시 기회와 프로젝트에 따라서 장소를 옮겨다니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작업소성을 하지 않는 것이 컨셉이기 때문에 이 작가에게는 레지던시가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 영국 도자기 비엔날레(British Ceramic Biennale)에서도 짧은 레지던시를 때로 운영하고, 다른 독립적인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때때로 작가들을 선발 합니다. 한 예로 제가 2011-2년에 참여했던 레지던시는 레드나일( Rednile)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에서 시작을 하여 지금은 문을 닫은 웨지우드 학교(Wedgwood Institute) 건물과 영국 도자기 비엔날레와 협력된 레지던시에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그룹 프로젝트로 참여 하였는데, 계속 프로젝트를 발전시킨 기간은 2년 이었으나, 실제로 레지던시 기간은 2주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런던의 피트리 뮤지엄(Petrie Museum)레지던시는 프로젝트 성 레지던시로 작업 공간을 따로 주지는 않지만,프로젝트를 큐레이팅 하고, 워크숍과 이벤트 등을 주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레지던시 입니다. , 레지던시의 개념은 전통적인 의미로 작업공간을 단기간 빌리는곳에서 부터 프로젝트를 중점으로 한 일도 레지던시도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생활해 오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영국의 도예계와 그 문화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해왔습니다. 영국에서 도예가로 활동해 오면서 제가 한국과는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는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다양성이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이 되고, 그 다양성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공예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이 잘 발달하여 있는 시대에 이점을 잘 활용하여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이제 시작의 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